누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구원투수가 될까.
전경련이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재계에서 힘있는 대기업 총수가 맡아 전경련의 위상을 드높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후임 회장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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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그룹 회장. |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35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허 회장이 3번이나 회장을 역임한 데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새로운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최근 전경련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 총수가 전경련 회장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하지만 전경련 후임 회장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장 선출 때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개인신변 등을 이유로 모두 고사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김 회장은 집행유예 중이며 조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이 전경련 회장에 나서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10대기업 총수 가운데 후보를 찾지 못할 경우 전경련 회장이 중진기업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전경련 해체 요구 등 비판여론에 맞서기 버거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들어 전경련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많다. 4월 극우 성향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전경련이 편법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최근에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주도 논란에 휩싸였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26일 전경련이 한국전력공사 등 7개 공공기관을 회원으로 받아 회비를 독촉하고 탈퇴 요구를 거부해 온 사실을 공개했다.
조 의원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불법 자금 지원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모금했던 전경련이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벌이는 이러한 행태는 전형적인 조폭식 사고”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경련에 대한 질타가 빗발친다. 전경련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3일 “어버이연합에 돈 대주고, 대통령 노후자금 대주는 전경련은 경제단체라고 볼 수 없다”며 “정경유착의 온상이고 비리·부패 주범인 전경련은 해체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전경련이 뭔데 청와대를 들락날락하면서 경제정책에 감놔라 배놔라 하느냐”며 “재벌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대한 전경련의 대응 역시 적극적이지 못한 편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방문한 데 이어 정치인들의 강연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 대한상의의 행보와 비교하는 시각도 많다.
전경련 수장인 허창수 회장도 최근의 의혹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허 회장은 5월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에 대해 “내용은 알고는 있지만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해명 역시 허 회장 대신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나섰다.[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