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회사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자마자 대내외 경영 난제들을 해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2차전지 활황기 때 계획한 총 10조 원대의 북미 배터리 설비투자(CAPEX)를 위한 자금조달 문제와 함께 최근 불거진 내부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 표출 등 약해진 조직력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만만찮은 데뷔전, 자금조달과 내부단속 '발등의 불'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회사 사령탑을 맡자마자 여러 경영 난제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2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총 10조 원 안팎의 설비투자를 위한 외부 차입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재무 부담이 점차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건의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북미에서만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오하이오주의 혼다와 합작공장, 미국 미시간주의 GM과 합작공장, 조지아주의 현대차와 합작공장, 애리조나주의 독자 공장 등의 건설에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이 때문에 내년까지 10조 원대 설비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회사 측은 최근 2023년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10조9천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예정된 설비투자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설비투자 규모는 2026년 이후에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설비투자액을 충당하려면 일정 부분 외부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회사의 현재 부채비율은 86% 수준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 차입 여력은 적지 않다. 이달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6천억 원 규모 설비투자 자금도 확보하며 다소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8747억 원의 현금·현금성자산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현금 유입을 더하더라도 예정된 설비투자 금액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영업을 통해 현금을 거둬들이거나 차입 부담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세계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배터리 업황 악화에 따라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이 회사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시기나 직전 분기와 비교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주어지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는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회사 영업이익에 큰 버팀목이 됐던 AMPC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과 세제혜택 공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AMPC 이익 규모가 축소될 여지가 있다. 또 IRA에 비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 성장세가 둔화한 탓에 기존 구축한 생산시설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상승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만만찮은 데뷔전, 자금조달과 내부단속 '발등의 불'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 <얼티엄셀즈>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 업황 악화 요인들이 일부 해소되며 회사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이 역시 장담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상황에 따라 차입 규모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김 사장에게도 자금 조달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다. 

김 사장에겐 회사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일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지난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고조되며, 김 사장의 초기 조직 장악 스텝이 엉켰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했는데, 이는 지난해(기본급의 870%)와 비교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 성과급 지급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 1700여 명이 익명 모금을 통해 트럭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김 사장은 2일 직원 간담회를 열고 성과급,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에 관한 구성원 질문에 설명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현행 성과급 산정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 의견에 공감한다”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안에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회사 새 수장으로서 자기만의 경영 색채를 드러내기도 전에 골치 아픈 숙제를 마주한 셈이다. 

김 사장은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김 사장의 기술 전문가 역량은 그가 새 CEO로 발탁된 핵심 배경이었다. 

그가 취임 후 단행한 조직 개편에도 기술 전문가로서 회사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밑그림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CEO 직속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해 리튬황·리튬메탈·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의 연구개발에서 양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담하게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며 “리튬황, 전고체 등 다양한 미래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부 업체와 기술협력도 확대해 차세대 전지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하고, 신규 수익 모델도 적극 발굴해 나가자”고 했다.

그는 또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회사 비전도 곧 수립할 것이며,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몰입과 헌신을 한 구성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끊임없는 자기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적자원관리(HR) 제도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