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3년 만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약간의 ‘훈풍’이다. 덩달아 현대그룹도 활기가 돈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는 현대그룹에 한줄기 빛이 비춘 것 같다. 현정은 회장이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심혈을 쏟고 있는 대북사업도 되살아날까 기대가 높다.


  현정은 현대그룹의 한줄기 빛 남북상봉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단점검단 64명이 7일 오전 방북했다. 실무점검단은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현대아산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현정은 회장은 “이번 상봉 행사가 3년 만에 어렵게 성사된 만큼 완벽하게 준비해 이산가족 상봉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달라”는 특별 당부를 했다고 한다. 파견된 실무점검단은 행사가 끝나는 25일까지 금강산 현지에 상주할 계획이다.


현대아산도 오랜만에 활기를 띈다. 김종학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 5일 현대그룹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아산 창립15주년 기념식에서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사업의 역사”라며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최대한 지원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현대아산 창립 기념식은 금강산에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묻어나는 발언이다.


현 회장은 올해를 ‘제2기 신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팔 수 있는 자산들은 모두 파는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을 만큼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다. 모두 3조 3,4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회장은 현대아산만큼은 남편의 숙원사업이므로 포기하지 않았다. 정몽헌 전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할 당시 유서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라고 남길 정도로 대북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 회장으로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대북사업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북사업이 현대그룹에 당장 막대한 현금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현대그룹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뀌고 기사회생에 한줄기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아산으로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눈물 나도록’ 반가운 일이다.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의 ‘애물단지’ 같은 존재였다. 금강산 관광이 6년 동안 중단되면서 매출 손실은 무려 7,100억원에 이르렀다. 2008년 관광 중단 직후 손실이 약 849억원 수준이었는데, 6년 만에 9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현 회장은 대북사업에 대한 희망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직접 진두지휘해 현대아산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위한 특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도 했다. 이 팀은 관광경협본부, 건설사업본부 등 각 부서에서 파견된 4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2개월 내에 정상 가동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팀은 9개월 밖에 존족하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해체됐다.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는데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탓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해서도 북한에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현대에 각별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명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이례적인 친서를 전달했다. 현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5년 이상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는 결코 금강산 관광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