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2-15 15: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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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유통 오프라인 3사가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로 취임한지 만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핵심 오프라인 3사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가 취임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위기 타개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15일 유통업계에서는 한 대표를 두고 이마트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이마트 오프라인 3사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계열사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3개 회사 모두 위기다.
오프라인 3사 가운데 가장 큰 축인 이마트 실적을 보면 한 대표의 답답함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총매출 16조5500억 원, 영업이익 188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27.4%가 각각 줄었다.
이마트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천억 원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2011년 8%가 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1%까지 급락했다. 영업이익률 1.1%는 13년 동안 영업이익률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외부에서 보기에 본진인 이마트를 살리는 것이 한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 대표가 이마트만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한 대표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단 얘기다.
한 대표는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맡다가 이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처음으로 통합 대표 체제를 시도했다. 한 대표에게 이마트 뿐만 아니라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유통 3사를 모두 맡긴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통합 대표 체제를 통해 유통 3사가 시너지를 내길 바라는 만큼 한 대표가 본진 살리기에만 힘을 쏟을 수 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이마트24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영업손실 23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간 것이다.
편의점 GS25와 CU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고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낸 것을 생각하면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한 대표가 이마트24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기에도 녹록지 않다. 편의점업계 4위인 이마트24로서는 경쟁사들을 따라가기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업은 특성상 매장 수가 많아야 실적에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업종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CU는 매장 975개, GS25는 매장 942개가 각각 늘었다.
이마트24 매장 수는 지난해 256개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저효율 점포 효율화를 이유로 매장 수 151개가 오히려 감소했다.
▲ 이마트가 별도기준으로 연 영업이익 1천억 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2011년 8%가 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1%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1.1%는 13년 동안 영업이익률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마트24는 올해 매장 502개를 출점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폐점하는 매장도 400개다. 매장 순증이 1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해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편의점업계 후발 주자로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마트24가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투자를 줄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마트24보다는 사정이 그나마 나아보이지만 역시 수익성 개선이 과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188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영업이익 19.3%가 줄었다.
이마트는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오프라인 3사 기능을 기능을 합쳐 상품을 통합 매입하고 물류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아직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 구체적인 방안이 공유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합 소싱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얘기는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으로서도 한 대표로서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한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선호텔앤리조트를 이끌었다. 당시 한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사업 확장에 나섰고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2년 매출 4799억 원, 영업이익 222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매출은 54.5%, 영업이익은 145.0%가 늘며 흑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뤄낸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실적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마트의 수장으로 한 대표를 점 찍은 이유기도하다. 한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에서는 한 대표가 이마트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신세계건설 이슈와 이마트 실적 악화로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대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있는 만큼 이마트 실적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마트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주영훈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할인점과 주요 자회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현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할인점 업황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고정비를 커버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며 “주요 경쟁사가 고정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점하는 기로에 있고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이마트가 이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본업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다양한 사업영역을 영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