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한진해운이 각종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에 실린 화물가액만 14조 원에 이르는 만큼 화주들의 손해배상채권 규모가 1조 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 물류대란으로 1조 소송 휘말릴 수도  
▲ 한진해운에 소속된 선박 한진그리스호가 지난 11일 미국 롱비치 항만에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물류대란이 길어질수록 화주들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사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하역 지체로 발생하는 용선료와 연료비는 하루 210만 달러가량, 선적된 화물가액은 1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역이 지체되면서 운송차질로 피해를 본 화주들이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경우 그 규모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 보유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현재 해외 거점항만에서 선적물량을 내려야 하는 해외 하역대상 선박은 32척이다. 이 가운데 운항 중인 선박은 4척에 불과하고 가압류 2척, 입출항 불가 3척, 대기 중인 선박이 23척이다.

국내 항만에 하역해야 하는 컨테이너선은 35척으로, 10척이 운항 중이고 가압류 2척, 입출항 불가 2척, 공해상 대기 선박이 21척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의 관행에 비춰 볼 때 약정 운송시기로부터 3~4주가 지나면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선료나 화주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회생채권보다 우선해서 갚아야 하는 공익채권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하역비를 마련해 당장 배에서 짐부터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천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지원된 금액은 조 회장의 사재 400억 원에 그친다. 나머지 600억 원은 지원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600억 원을 지원하기 위해 4차례나 이사회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선주나 터미널의 소송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한진해운에 36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빌려 준 영국 선사 조디악은 법정관리 시작과 동시에 용선료 청구 소송을 냈다. AP묄러-머스크그룹 계열사 APM터미널도 9월 초 미국 LA에서 항만 사용료 등을 지불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