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 따른 2차전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미래 사업 기반 다지기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최 사장은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 전략을 채택, 비교적 높은 수익성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춰놓은 만큼, 미래 준비를 위한 증설과 기술개발 등을 진행하는 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 시황 악화에도 수익성 우위, 최윤호 ‘퀀텀점프’ 준비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 따른 2차전지 업황 악화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3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악화된 2차전지 업황 분위기를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조7083억 원, 영업이익 1조633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2.8% 늘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영업이익은 9.7% 감소했다. 

비록 영업이익이 역성장했지만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은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경쟁사와 비교해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4분기 프리미엄 차량에 공급하는 제품인 P5 2차전지 판매 확대로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의 4분기 영업이익률은 6~7% 수준으로 경쟁사보다 양호한 수준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3118억 원)은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4400억 원)을 다소 밑도는 실적이지만, 지금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차전지 기업들 가운데는 실적 부진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며 “IT용, 전동공구용,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와 전자재료 사업은 모두 부진했지만 전기차용 중대형전지 부문은 견조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기차용 중대형전지 실적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확보하고 있는 주력 고객사의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으로 판매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삼성SDI의 중대형전지 출하량은 올해 1분기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업황 악화에도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는 데는 최 사장의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 경영기조가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프리미엄 전기차를 제조하는 고객사를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펼쳤던 것도 이런 경영기조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는 일반 전기차시장의 수요 둔화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며 판매 호조가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만큼 부가가치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을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다소 보수적 증설기조를 채택해왔지만 이 역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삼성SDI가 북미 증설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국내 셀 제조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 없이도 경쟁사들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인 만큼 삼성SDI의 경영기조가 보다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 셀 제조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삼성SDI가 7.2%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률이 6.4%에 머문다. SK온은 지난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부터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실적에 반영했지만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셀 제조사들에 세제혜택의 일부를 공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이익체력과 더불어 재무 안정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75%다.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최 사장은 삼성SDI의 이익·재무 체력을 기반으로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침체기 이후의 수요 반등 국면을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일시적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를 거쳐 조만간 시장 성장이 본격화하는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전기차 침투율이 낮은 북미 시장은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 시황 악화에도 수익성 우위, 최윤호 ‘퀀텀점프’ 준비

▲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인디애나 코코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 <스타플러스에너지>

회사 측은 30일 열린 2023년 실적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시장 모두가 수요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고 보긴 어렵고 전기차 침투율이 낮았던 북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 수요에 따라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연간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은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2025년부터 탄소규제 강화가 예정돼 있어, 이에 대비하는 완성차업체들의 전동화 가속화 전략 아래 올해 하반기부터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증설과 기술개발 등에 더 속도를 내며 앞으로의 본격적 시장 개화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더 속도를 붙여 북미 북미시장 진출 기반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삼성SDI의 설비투자 규모는 6조4천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북미 배터리 공장 증설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2027년 삼성SDI의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은 100GWh에 이를 예정이며 2024년 말부터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반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다변화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주력 제품인 P5보다 에너지밀도를 10% 이상 개선한 P6 양산을 시작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비롯한 저가형 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회사는 현재 가장 유력한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전지의 시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해 테스트를 하며 성능 향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 사장은 최근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속에서도 주력 사업인 전기차용 전지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 기반도 확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2024년에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원가(Cost) 혁신, 신규고객 확대' 등을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