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생태계 구축에 '서드파티 참여' 변수, 넷플릭스에 외면받아

▲ 애플이 비전프로를 정식 출시하며 다양한 앱을 선보였지만 넷플릭스는 전용 앱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 앱스토어' 이미지. <애플>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공간 컴퓨터로 정의한 혼합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과 같이 경쟁력 있는 앱과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비롯한 대형 콘텐츠기업이 비전프로 전용 앱 개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애플의 사업 전략에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18일 “넷플릭스가 애플 비전프로를 위한 별도 앱을 출시하거나 기존에 내놓은 아이패드용 앱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월 초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비전프로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미국 기준 3499달러(약 470만 원)부터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분야에 소비자 관심이 낮아진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비전프로가 대중화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차별화 요소로 출시 시점부터 100만 개에 이르는 앱을 지원한다는 장점을 앞세우고 있다.

개발자들이 비전프로 전용 앱 개발도구를 미리 받아 활용할 수 있었고 아이패드 전용으로 출시된 앱도 손쉽게 비전프로를 지원하도록 변환하는 기능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다만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 1위 기업인 넷플릭스가 비전프로를 위한 앱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러한 장점은 다소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비전프로 이용자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넷플릭스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이는 최적화가 되지 않고 기능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용 경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메타의 VR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 전용 앱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행보는 더욱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퀘스트에서 넷플릭스 앱을 이용하면 극장이나 거실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가상 환경을 구축하고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며 사용 경험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는 점과 상반된다.

넷플릭스가 비전프로 앱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애플과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유통하면서 넷플릭스와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연히 비전프로 전용 앱을 통해 애플의 생태계 경쟁력을 더 높이는 데 기여하려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애플 비전프로 생태계 구축에 '서드파티 참여' 변수, 넷플릭스에 외면받아

▲ 애플 비전프로 앱 활용 예시 홍보용 이미지. <애플>

비전프로가 아이폰과 같이 대중화된 상품으로 자리잡는다면 전용 앱을 선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넷플릭스에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TV와 같은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해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전용 앱과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사례와 같이 서드파티(3rd-party) 앱 개발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모습을 보인다면 비전프로가 소비자에 선택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앱 개발사들에 전용 앱 출시를 유도하는 일이 비전프로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자 변수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다만 디즈니를 비롯한 일부 기업은 애플과 비전프로에서 폭넓은 콘텐츠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앱과 콘텐츠 기반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전프로가 실제로 출시되고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진다면 앱 개발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전용 앱을 선보이며 애플의 새 플랫폼에 참여하려 할 공산이 크다.

애플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6일 비전프로 앱스토어를 정식 공개하며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전에 볼 수 없던 궁극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