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유플러스가 본업인 통신사업 분야에서 전력비용을 비롯한 사업 운용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다양한 신사업들이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플랫폼, AICC(인공지능 고객센터), 전기차 충전서비스 등 비통신 신사업을 적극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비용 부담 늘어 사업다각화 난관, 황현식 ‘선택과 집중’ 나서나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 사업다각화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LG유플러스 >


17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LG유플러스가 신사업 확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선택과 집중으로 한정된 자원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수익 악화에 따라 지금까지 단순 사업확장 기조에서 벗어나 신사업에 무게를 실을 분야를 선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사장은 새로운 플랫폼 사업에 집중한다는 기존 사업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플랫폼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황 사장은 특히 플랫폼 사업 가운데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B2B(기업간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지원 플랫폼인 ‘소호(SOHO)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소호 플랫폼은 결제기와 CCTV 등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상품과 더불어 각종 IT(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반면 LG유플러스의 소비자대상(B2C) 플랫폼 사업은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통신서비스 플랫폼인 ‘너겟’을 통해 소비자와 접촉을 넓히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너겟은 지금까지 미술 전시회 입장권 제공 등 일부 외부 제휴서비스가 제공되는데 그치고 있다. 

황 사장은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 서비스 사업도 B2B(기업간거래)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특히 AICC(인공지능 콜센터) 사업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AICC를 신사업 중심축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지난 7일 인공지능 거대언어모델(LLM)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인 ‘포티투마루’에 투자하고, AICC사업과 관련한 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티투마루 투자는 황 사장 연임 뒤 이뤄진 첫 투자다. 

국내 AICC 시장이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0년에는 5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황 사장으로선 AICC 사업에서 쉽게 손을 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큼 황 사장은 2028년까지 AICC 매출 3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기존 목표를 위해 이 분야 사업 확장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비용 부담 늘어 사업다각화 난관, 황현식 ‘선택과 집중’ 나서나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1월10일 LG유플러스 마곡 국사를 방문해 유선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유플러스 >


황 사장이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은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을 세우려고 했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262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2394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연간으로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의 2023년 비용 증가에는 △개인정보 유출사건 사후대책 비용 △고객관리시스템 투자비용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비용 등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특히 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는데 드는 전력비용 증가분이 4분기 비용상승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2023년 상반기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상승하면서 전력비용이 400~500억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기요금 부담증가는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김아람 연구원은 “전력비가 전체 통신사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맞은 비용증가는 전체 영업이익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구축한 데이터센터는 165~175메가와트(MW) 규모로 다른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98메가와트)이나 KT(115메가와트)의 1.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올해 하반기 대형평촌 2센터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비용증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통신 본업의 성장성 둔화를 신사업으로 타개할지 아니면 시너지가 크지 않은 신사업에 대한 도전을 줄여 수익성을 회복해야 할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