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팬오션이 올해 출발이 좋지 않다.

수에즈 운하 통행제한에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승한 반면 중국의 철광석 수입 둔화로 벌크선 운임은 오히려 12월부터 급락하고 있어서다.
 
벌크선 업황 악화에 올해 출발 좋지 않은 팬오션, HMM 인수자금 부담도 커져

▲ 팬오션이 홍해발 운임상승에서 소외되고 있다. HMM 인수를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가 겹치며 주주들의 민심도 들끓고 있다. 


여기에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가 겹치며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민심도 들끊고 있다.
 
17일 대표적인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해운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2월4일 3346포인트로 연간 고점을 기록한 뒤 15일 136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컨테이너운임지수가 예맨 후티 반군의 홍해 통행선박 공격으로 12월 이후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의 철강수입이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주요 화물인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이 호주, 브라질에서 선적돼 아시아로 운송되는 등 수에즈 운하와 떨어져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는 올해 벌크선 업황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만큼 중국이 철광석과 석탄의 수입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2024년에도 벌크선 시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2024년 발틱해운운임지수는 연평균 1161포인트로 2023년보다 9.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팬오션은 지난해 4분기 일시적인 운임지수의 급등세에도 보수적인 선대 운용전략을 펼치며 큰 재미를 보지 못하기도 했다.

이재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팬오션 영업전략은 단기적인 수요 절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용선 규모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2022년 2분기 기준 195척에 달했던 용선 규모는 2023년 3분기 121척으로 40%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시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4분기에도 선대를 제한적으로 운용했을 것이다”며 “발틱해운운임지수 상승분에 준하는 매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추정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팬오션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4762억 원, 영업이익 4241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보다 매출은 30.3%, 영업이익은 46.3% 줄어든 수치다.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현재 매각 측과 세부조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달 말 HMM 매각협상 관련 1차 협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팬오션은 6조4천억 원에 이르는 HMM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 유력하다.

증자 규모는 2조~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17일 팬오션 주식은 시장에서 36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인 지난달 18일 종가 4555원과 비교해 약 20% 하락한 것이다. 
 
벌크선 업황 악화에 올해 출발 좋지 않은 팬오션, HMM 인수자금 부담도 커져

▲ 11일 HMM해원노동조합이 부산에서 주최한 토론회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가 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팬오션의 유상증자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 HMM해원노동조합 >

통상 유상증자를 앞둔 기업들은 주가를 의식하기 마련이다. 동일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주가가 높을수록 신주를 적게 발행해도 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희석 우려에 기존 팬오션 주주들의 민심은 들끓고 있다.

HMM 노동조합이 11일 부산에서 개최한 토론회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에서는 팬오션 소액주주 연대가 참석했다. 강융모 팬오션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르는 지분가치 희석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했다.

팬오션의 최대주주는 하림지주로 지분 54.77%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지주의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보유량이 662억 원으로 유상증자에 투입할 재원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