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추가 7만 세대 사업을 두고는 한화 건설부문과 이라크국가투자위원회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서 김동선 부사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떠오른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이라크 정부 및 주요기관 관계자와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아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라크를 포함해 해외 건설사업의 활로를 뚫는 데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전쟁 이후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추가 사업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중동 지역 매체 자우야(ZAWYA)는 최근 이라크 정부가 바그다드 메트로 프로젝트 6억9700만 달러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은 총연장 22km와 14개 역을 구축하는 것으로 시간당 3만 명을 운송할 수 있는 규모다. 프랑스 철도차량업체 알스톰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2011년 알스톰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13년 1단계 사업 계약을 진행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과 코로나19 사태로 발주가 기약없이 미뤄졌다. 그러다 이번에 사업 금액을 승인하면서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사례에 비춰 한화 건설부문이 맡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협상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 건설부문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하고 대금을 온전히 지급받지 못하자 2022년 10월6일 이라크 정부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가 사업 재개 요청을 해 2023년 1월3일 공사 재개 협의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번 미수금 지급으로 이라크 정부가 사업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라크 정부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한화가 시공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한화 건설부문>
이라크 정부의 사업진행 의지는 뚜렷하지만 국제유가가 비교적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2010~2014년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가개발계획(Iraq National Development Plan)을 수립해 주택 100만 세대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사업여건이 나빠지며 진행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번에 미수금을 받아 3만 세대 규모 사업은 마무리가 될 것이다”면서도 “나머지 7만 세대는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해 이라크 측과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2년 이라크 바그다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따냈다.
2027년까지 10만 세대의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총 사업비 101억 달러(약 14조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어 2015년에는 사회기반시설사업까지 추가로 수주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기 2년 전부터 준비해 사업을 수주했다. 김동선 부사장도 2014년 건설 해외영업본부 소속으로 이라크에서 근무했고 2015년 비스마야 인프라 추가공사 계약식에 참석하는 등 사업을 챙겨왔다.
김동선 부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3남(막내)으로 1989년 5월에 태어났다. 미국에서 태프트스쿨과 다트머스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승마선수로 활동하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올림픽에도 출전한 이력이 있다.
2014년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해외토건사업본부, 신성장전략팀 등에서 일했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레저그룹장,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신사업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미국 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선보이며 경영 보폭을 늘리고 있다.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임원 등을 겸직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