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1-09 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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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정식 출시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치지직에서 친일 성향, 선정적 방송 등 논란이 되는 방송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 동안 선정성 논란인 컸던 경쟁사 아프리카TV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는 시선이 나온다.
▲ 네이버 인터넷방송 플랫폼 '치지직' 이미지. <네이버>
9일 인터넷방송 업계에 따르면 기존 트위치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아프리카TV로 흘러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5일 트위치 최상위 스트리머 가운데 하나인 '우왁굳'과 그 협력 스트리머들인 '이세돌'과 '왁타버스' 멤버들이 아프리카TV행을 공식화하며 이들이 제작하는 '버추얼유튜버' 콘텐츠 이용자들이 아프리카TV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우왁굳은 유튜브 구독자 163만 명, 트위치 103만6천 명을 확보한 인터넷 방송인이다. 우왁굳과 협력 스트리머들은 국내에서 가장 큰 버추얼유튜버 사단을 형성해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위치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나 협력 스트리머들 가운데 치지직을 선호한 비중이 높았음에도 우왁굳 자신이 원활한 버튜버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아프리카행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왁굳은 5일 영상공지를 통해 "양 플랫폼에서 테스트방송을 진행했고 시청자 수와 방송품질 등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아프리카TV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아프리카TV를 싫어하는 시청자가 있더라도 나만 보고 따라와 달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는 e스포츠 분야의 영향력을 쌓는데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국내 최대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ASL을 운영하고 있고 리그오브레전드와 관련해서는 유명 프로게이머들과 제휴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직접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 후원을 통해 수익 창출 기여도가 높은 '라이브캠' 방송에서는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와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독보적인 입지를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아프리카는 3월부터 서비스 이름을 '숲'으로 변경하는 등 올해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TV>
라이브캠은 물론 버추얼유튜버와 e스포츠 등 인터넷방송의 주요 분야들을 모두 아프리카TV가 차지해버리면 네이버는 수익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합게임방송'만으로 인터넷방송 사업을 꾸려가야 할 수도 있다.
종합게임방송은 스트리머보다 게임 자체의 재미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 후원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안에 치지직을 정식서비스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나 기존 경쟁사인 트위치가 2월27일부로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면서 네이버가 서비스 제공 시점을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됐다.
네이버는 2월 중 모든 이용자에게 방송 송출 권한을 제공하고 파트너 스트리머에 대한 후원과 광고 수익 분배를 시작하기로 했다.
문제는 네이버의 치지직 팀의 준비가 영글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치지직은 여러 개선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스트리머의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한 기능이 부족하고 채팅 가독성 문제, 서버 불안 등 문제가 제기돼 개선 작업에 매달려 있다.
앞서 베타 서비스에서 선정적 방송, 친일 성향 방송 등이 논란이 됐었는데 5일에는 한 소형 스트리머가 욱일기 옷을 입고 광복절 비하 발언을 하는 방송을 진행해 파장을 일으켰다.
사태는 사후에 문제를 파악한 담당자가 해당 스트리머를 차단 조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인 '정병소녀' 모습. <정병소녀 트위치 방송>
하지만 심사를 거쳐 통과된 제한된 규모의 서비스에서 이런 문제가 벌어진 만큼 2월부터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게 되면 상당한 진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치지직 팀은 특히 방송에 부적절한 콘텐츠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잡느냐를 놓고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당 스트리머는 트위치에서는 이런 방송을 별문제 없이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머로서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할 수 없다. 치지직팀으로서는 문제 되는 스트리머들을 일괄 차단했다가 자칫 플랫폼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문제는 치지직의 운영사인 네이버가 국내 대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트위치와 달리 네이버는 국내 이용자는 물론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신경 써야 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네이버는 전담 모니터링단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음란물 감시시스템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네이버는 IT서비스 전문 계열사 그린웹서비스를 통해 인력 확충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서비스 초기부터 인건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아프리카TV의 상황을 보면 자체 인공지능 영상 및 키워드 감시 시스템과 함께 모니터링 전담 인력 100여 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아프리카TV 역시 이 감시시스템에 수십억 원의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한 인터넷방송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방송 노하우와 시스템을 쌓아온 기존 경쟁자와 달리 치지직은 이른 시간 내에 이 과제들을 달성해야 할 입장이다"라며 "운영 주체가 국내 대기업이란 점이 앞으로 인터넷방송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