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올해 신차는 전기차 중심, 송호성 국내 판매1위 4연패 달성에 변수

▲ 올해 기아가 전기차 중심의 신차 라인업을 앞세워 4년 연속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라인업을 꾸려 다가올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선도적 입지를 노린다.

다만 이런 전략은 국내 판매를 확대하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최근 침체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3연패한 기아가 올해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기아는 작년 국내에서 49만9438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현대자동차(47만2903대)를 제치고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앞서 기아는 2021년 국내에서 47만2701대의 승용차를 팔아 사상 처음 현대차(43만3774대)를 따돌린 뒤 2022년에도 47만3109대로 현대차(39만9263대)를 앞지르며 국내 선두를 이어갔다.
 
기아 올해 신차는 전기차 중심, 송호성 국내 판매1위 4연패 달성에 변수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10월12일 경기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기아>


다만 기아가 국내에서 이런 기세를 올해까지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격한 정체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기아가 올해 전기차 중심의 신차 라인업을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차는 모두 16만2593대가 판매돼 2022년(16만4482대)보다 판매량이 0.1% 감소했다. 2022년에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63.8%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으론 우상향 곡선을 그리겠지만 당장 올해는 '빙하기'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2023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 규모가 2023년보다 1.7% 역성장한 171만 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기 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고금리, 전년도 (차량용)반도체 공급 개선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을 꼽았다.

최근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이 위축된 데에는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보다 여전히 높게 책정된 가격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올해 자동차 내수 시장의 부진은 특히 전기차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기아는 사상 처음 기존에 없던 전기차 신차 2대를 한해에 동시에 출시하며 전기차 중심의 신차 라인업을 꾸린다.

기아는 올 상반기 EV3를, 4분기에는 EV4를 국내에서부터 출시한다. 아울러 상반기엔 EV6의 첫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내놓는다.

기아는 2021년 8월 E-GMP에 기반한 브랜드 첫 전용전기차 EV6를 출시했고 2022년 6월엔 파생형 전기차 니로 EV 2세대 모델을 내놨다. 작년 6월과 9월엔 EV9과 레이 EV를 출시했는데 레이 EV는 2011년 말 나왔다 단종됐던 구형 레이 EV의 재출시 모델이다.

이에 기아의 전용전기차 라인업은 EV6 및 EV9 2차종에서 올해 4차종으로 2배로 늘게 된다. 
 
기아 올해 신차는 전기차 중심, 송호성 국내 판매1위 4연패 달성에 변수

▲ 기아 EV3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물론 송 사장 입장에서 올해 내수 시장에서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EV3와 EV4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침체를 뚫고 판매실적을 이끄는 것이다.

송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아 EV데이에서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여전히 얼리 어댑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들이 구매하는 단계이며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다수대중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송 사장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우려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며 최초로 콘셉트카를 소개한 모델이 바로 EV4와 EV3다. 자동차업계에선 EV3 시작 가격이 니로 EV(4855만 원)보다 한 단계 낮은 3천만 원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런 가격이 실현된다 해도 국내 전기차시장의 둔화에는 가격 외에 충전 인프라 부족, 정부의 전기차 대당 구매 보조금 축소 등 여러 요인이 지목되는 만큼 올해 EV3와 EV4가 높은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 기아가 출시하는 내연기관 신차가 없는 건 아니다.

기아는 올 상반기 준중형 세단 K3의 완전변경 모델을 K4로 이름을 바꿔 출시하고 하반기엔 준대형 세단 K8 페이스리프트를 내놓는다. 연말엔 글로벌 베스트셀러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K4는 해외전략 차종으로 EV4가 라인업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출시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K8은 작년 압도적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차 그랜저와 경쟁하고 있어 극적 판매 확대를 노리기엔 만만치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스포티지는 작년 국내에서 누적 6만9749대가 팔려 전체 승용차 판매 4위에 오른 바 있다. 경쟁 모델인 투싼(4만3744대)보다 작년 연간 2만 대 넘게 더 팔렸는데 올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추가적 수요를 가져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난해 9월 페이스리프트 새모델 판매를 본격화한 쏘렌토는 1만190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 판매량을 91%나 늘린 바 있어 스포티지의 판매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쏘렌토는 2022년 전체 승요차 판매 1위에 오를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 가로형 헤드램프를 수직형으로 바꿔 다는 등 패밀리룩을 새로 입고 판매실적을 또 한번 끌어올렸다.

새 스포티지의 테스트카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지만 최근 기아의 경향 상 쏘렌토와 같이 패밀리룩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올해 국내 시장 판매 목표로 2023년보다 6.0% 낮춰잡아 제시했다. 송 사장이 올해 전기차에 힘준 신차들을 앞세워 국내 승용 판매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올해 신차 효과는 EV3, EV4 등 2차종에 달려있지만 최근 전기차에 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다소 낮아지고 있고 두 모델이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며 "올해 내수 시장의 수요 자체가 강하지 않으며 기존에 없던 신차는 전기차 신차만 존재하는 점은 기아 내수판매의 우려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