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신주에 이어 가오슝에도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가오슝에 건설하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공장 착공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기며 동시에 2곳의 공장을 신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약 6개월 늦게 시작한 만큼 2나노 기술 상용화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있다는 해석도 고개를 든다.
28일 대만 공상일보에 따르면 가오슝시 정부는 TSMC의 새 반도체공장 건설을 위한 승인 절차를 12월 중순에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TSMC는 대만 남부에 위치한 가오슝 공장에서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을 두고 있는데 이르면 2024년 초부터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TSMC의 첫 번째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은 본사가 위치한 신주과학단지 주변에 신설되고 있다. 이미 건설 작업이 시작돼 2025년부터 첫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가오슝시 정부가 두 번째 공장 착공 계획을 승인하면서 TSMC가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겨 두 곳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을 동시에 건설할 수 있게 됐다.
공상일보는 “가오슝은 반도체공장 건설에 충분한 수자원과 전력, 부지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가오슝시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최신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공장 여러 곳을 동시에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계획이 예정보다 앞당겨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가오슝에 설립되는 2나노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은 이르면 2026년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최근 시설 투자에 다소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도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전략에 의문을 남긴다고 보도했다.
만약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를 초반부터 대거 확보하지 못 한다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비용 부담을 키우고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이처럼 2나노 반도체 생산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는 TSMC와 마찬가지로 2025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2년 상용화된 3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약 반 년 앞선 상반기 말부터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TSMC가 실제 고객사 반도체 물량 수주에는 삼성전자를 앞서 나갔지만 첨단 미세공정 기술 리더십을 빼앗겼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인텔 역시 2나노 공정을 삼성전자 및 TSMC보다 이른 2024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도입한다는 목표를 두고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연히 TSMC가 이들 경쟁사와 치열한 속도전에서 승리하려면 초반부터 2나노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규모로 확보해 고객사 물량을 선점하는 전력이 효과적으로 꼽힌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사진. <삼성전자> |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두 번째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에 필요한 모든 허가를 받은 만큼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 심화에 대응해 곧바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TSMC가 이미 2나노 공정에서 애플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는 점도 공장 가동률 하락 우려를 덜고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들 고객사는 이미 스마트폰과 PC용 프로세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실상 모두 TSMC에서 생산하고 있는 만큼 2나노 공정이 도입된 이후에도 상당한 물량을 맡길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TSMC가 앞으로도 대형 고객사 확보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TSMC의 공격적인 2나노 반도체공장 투자 결정은 이러한 경쟁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나노 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개발 담당 기술자들에 연말 특별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내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공정 경쟁에서 선두를 지키는 일을 TSMC가 그만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일보는 “TSMC는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며 “3나노 양산에 성공한 뒤 2나노 및 1.4나노 등 차세대 공정에 꾸준한 발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