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손절' 모드, 제2금융권 손실 파장에 촉각

▲ 금융당국이 부동산PE 옥석가리기에 들어가면서 제2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옥석가리기’를 통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업장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쳐 제2금융권의 손실 파장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금융권의 경우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브릿지론 보유 비중이 높아 손실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 등과 비교해 자본력이 약한 탓에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업계 일부 회사는 존속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PF 사업장 가운데 ‘정상화’가 가능한 곳을 선별 지원하겠다는 대원칙을 시장에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사업성이 미비하거나 자산 감축 등 특단의 조치 없이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곳은 시장 원리에 따른 조정이나 정리, 손실 부담 등을 전제로 하는 진행 등이 불가피하다”며 “당국 내에서는 이런 기본 원칙을 확인하는 논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사업장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정상화 방안 확보’를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4월 ‘PF 대주단 협약’에서도 사업성평가 진행과 사업정상화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다만 이번 발언은 시장 논리에 따른 부실 사업장의 정리 수순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만기연장, 채무조정 등 ‘지원방안’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당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지연시켜온 부동산PF 부실이 정리를 거치지 않고는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에서 2023년 9월 말 기준 부동산PF 잔액은 134조 원으로 지난해 말 130조 원보다 4조 원 늘었다. 연체율은 2.42%로 지난해 말 1.19%보다 1.23%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손절' 모드, 제2금융권 손실 파장에 촉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부동산PF 부실과 관련해 시장 원리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PF 사업장의 연쇄 부도가 발생한다면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시스템리스크는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과 달리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될 위험을 의미한다.

금융업권의 부동산PF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신용평가사에서도 부동산PF 위험을 지연시키는 것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진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브릿지론 가운데 최대 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금액이 일시에 손실로 반영되면 경제시스템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되는 만큼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부터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PF 대출에는 본PF와 브릿지론이 포함된다. 브릿지론은 본PF의 전 단계로 초기 부지 매입 비용을 위해 실행하는 대출을 말한다.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본PF로 진행 여부조차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본PF 사업장보다 부실 위험이 높다.

어차피 손실이 확정된 부실이라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씩 터지는 것이 그나마 전체 경제시스템 측면에서 나은 선택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금융당국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손절' 모드, 제2금융권 손실 파장에 촉각

▲ 부실 부동산PF 사업장 정리가 시작되면 저축은행업권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저축은행 현판 모습. <연합뉴스>


다만 이에 따라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은 현실화된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는 곧 금융사의 옥석가리기가 되는 것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에서 만기연장으로 유지되고 있는 브릿지론의 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예상되는 손실률(30~50%)을 적용하면 최대 15조 원 수준의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축은행 업권의 피해가 클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상당수의 저축은행들의 영업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타 업권보다 작은데 보유한 브릿지론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황보창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부동산PF의 질적 위험과 양적 위험, 자본 대응력을 모두 포괄하는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 PF 익스포저’를 분석했다”며 “결과는 저축은행(139%), 캐피탈(51%), 증권(19%) 순서로 나타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발생했던 일명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저축은행 사태의 뇌관 역시 부동산PF의 부실화였다.

캐피털업권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재 적립된 충당금 규모로는 잠재된 부동산PF 부실 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보다 자본 대응력은 높지만 증권사 부실 위험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다. 2023년 9월 기준 부동산PF 연체율은 증권사가 13.85%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56%, 여전사는 4.44%로 나타났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