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맞춤형 메모리반도체 관련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맞춤형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D램 시장에서 추격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뿌리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맞춤형 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겨냥해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관련 상표를 출원하며 제품 상용화를 위한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 총 4개의 상표를 출원했다. CMM은 ‘CXL 메모리 모듈’의 약자로 CXL에 기반한 메모리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CXL은 컴퓨터 시스템 내부에서 다양한 구성요소들 사이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로 뛰어난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센터 같은 고객사가 CXL이 적용된 모듈을 활용하면 필요에 따라 서버에서 D램 용량을 수월하게 확장할 수 있다. 이런 만큼 CXL 기술은 맞춤형 메모리를 뒷받침하는 인터페이스 기술로 꼽힌다.
이정배 사장은 고객 맞춤형 메모리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CXL 기술에 힘주고 있다.
이 사장은 10월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게시한 기고문을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포함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안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갈 것”이라며 “CXL 등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극 활용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원하는 만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특히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보다 먼저 CXL 기반 D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메모리업계 최초로 CXL을 기반으로 한 D램 기술을 개발했다.
2023년 5월에는 ‘CXL 2.0’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고 4분기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2023년 9월에야 CXL 2.0을 공개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삼성전자가 CXL 기술에서는 한 발 앞서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CXL 1.1 모듈과 CXL 2.0 모듈. <삼성전자> |
이 사장은 또 다른 맞춤형 메모리 관련 기술로 지능형 반도체(PIM)에 힘을 주고 있다.
PIM은 통상 시스템반도체인 CPU나 GPU가 담당하는 연산기능을 메모리에 부가하는 기술이다. PIM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는 저장기능에 연산기능까지 더해진 맞춤형 반도체로 여겨진다.
PIM이 적용된 메모리는 시스템반도체가 처리하는 연산의 일부를 가져와 메모리 내부에서 보조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점에 힘입어 PIM은 인공지능 모델학습 등 대규모 연산이 동원되는 작업에 있어 기존 메모리보다 뛰어난 효율을 나타낼 수 있다.
반도체 설계기업 AMD의 최고경영자 리사 수는 2월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기술학회 'ISSCC 2023'에서 “PIM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메모리가 정보를 처리할 때보다 85% 이상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MI-100'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PIM기술이 적용된 HBM인 HBM-PIM을 납품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제품인 HBM3-PIM도 AMD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PIM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CXL 기반 D램에 PIM을 적용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 사장은 CXL과 PIM 등 맞춤형 메모리 관련 기술에 주력해 인공지능 서버 등에 쓰이는 AI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맞춤형 메모리는 차세대 AI반도체용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회사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인공지능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도 제각각 달라지므로 회사마다 필요로 하는 메모리의 스펙도 다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이 힘주는 맞춤형 메모리는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높아지는 AI반도체와 함께 중요성을 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AI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에서 2027년 16%까지 2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AI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메모리업계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셈이다.
글로벌 메모리 선두업체 삼성전자는 최근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 격차를 4.6%포인트로 추산했다. 이는 2분기 9.5%포인트에서 불과 한 분기만에 5%포인트 가량 줄어든 수치다.
2위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점유율을 좁히고 있는 배경에는 AI반도체 등에 주로 쓰이는 HBM시장을 선점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경쟁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차세대 AI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CXL 2.0을 반도체업계 최초로 출시했으며 4분기 양산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CXL에서 다져놓은 기술력은 차세대 AI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