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회장의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 만큼 본격적으로 지주 회장 승계구도를 준비해야 하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CEO(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에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긴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른 ‘1호’로 선례를 남기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CEO 교체 '빨라지는 시계', 하나금융 이사회 승계 고민 커진다

▲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지주 회장 승계 구도를 꾸리는 데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에서 가장 먼저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 만료된다. 나머지 금융지주(KB·신한·우리)의 회장들은 모두 올해 임기를 시작해 2026년에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이사회는 내년부터 롱리스트(회장 후보군) 선정 등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본격적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하나금융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수립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 계획 마련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해당 모범관행에는 CEO(최고경영자) 선임과 경영승계절차에 대한 10가지 핵심 원칙이 담겼다.

특히 4대 금융지주에서 첫 번째로 시범을 보여야 하게 된 하나금융 이사회의 부담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두고 현재는 강제성이 없지만 1년가량 지켜본 뒤 법 개정 등이 필요하면 반영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도 하나금융이 남기는 선례는 큰 무게감을 지닌다.

이사회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금융의 승계구도에 부회장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당국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금융지주 이사회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 제도는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원인이 된다”며 “새로운 후보 발탁이나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우려도 있고 지주 이사회 의장들도 이 부분을 공감했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CEO 교체 '빨라지는 시계', 하나금융 이사회 승계 고민 커진다

▲ (왼쪽부터)이은형, 박성호,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심지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 속에서 부회장직의 존속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예상돼 부담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승계구도에서 부회장들은 유력한 내부출신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데 현재 하나금융의 상황을 고려하면 1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부회장단의 연임을 바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은형, 박성호, 강성묵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임기는 모두 올해 말까지다.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하지만 금감원에서 지적한 부분이 부회장직 자체가 아니라 부회장직을 두면서 발생하는 공정성 문제라는 점에서 일부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하나금융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며 부회장직을 운영한다는 방안 또한 적지 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금감원은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부여,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이사회와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운영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