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요동치는 미국 노동시장,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는 금물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1월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Fed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견조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던 미국의 노동시장이 냉각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중핵이 서비스물가이고 서비스물가의 핵심이 고용과 임금임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의 냉각 신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가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준의 행보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가 종결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는 객관적이지만, 상반되는 고용데이터를 감안할 때 금리인하 시기를 예단하는 건 경솔하다 할 것이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미국의 노동시장이 냉각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들

철옹성과도 같았던 미국의 노동시장이 흔들리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현지시각)자 보도를 통해 최근 노동시장의 냉각 조짐은 △구인 건수 급감 △퇴직자 급증 후퇴 △채용 감소세 △급여 인상 폭 감소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 등 5가지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10월 들어 채용 공고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70만 건으로 전월 대비 61만7천 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을 뿐 아니라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40만 건에도 크게 못 미쳤다. 

물론 구인건수가 여전히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 650만 명보다는 많지만 그 격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둘째, 팬데믹 회복 초기의 퇴직자 수 급증 현상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노동 시장에 대해 덜 확신하거나 현재 역할에 더 만족한다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10월 퇴사 비율은 2.3%로 전월과는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4월 3%를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다.

셋째, 채용이 줄고 있다. 고용주들은 올해 10월까지 매달 평균 23만9천 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이는 2021년 월 60만 건 이상, 지난해 거의 40만 건에 비해 격감 추세다.

넷째, 급여 인상 폭 역시 점점 줄고 있다. 최근 수 년간 기업들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크게 높여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고용이 악화되고 임금 증가 폭도 줄어들면 소비위축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인플레이션에 가해지는 압력을 약화시키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는 해고됐을 때를 포함해 일자리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수 주 동안 약 200만 명의 미국인이 지속해 실업 수당을 신청했는데 이는 약 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강력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이를 데 없던 미국의 고용시장이 식어가는 신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3월 전에는 단행될 수 있는 것일까?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비농업 일자리,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시간당 평균 급여 

미국의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데이터들 반대편에는 여전히 미국의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9만9천 개 증가했다. 이는 10월의 비농업 일자리 15만개 증가를 아득히 상회한 것일 뿐 아니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9만 개도 소폭이긴 하지만 넘어선 수치이다. 

실업률 역시 3.7%로 예상치인 3.9%를 하회했고 시간당 평균 급여는 전월보다 0.4% 오르며 올해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서고 실업률은 시장의 전망치를 하회하며 시간당 평균임금이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건 미국의 노동시장이 아직까진 활황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냉각국면에 들어섰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3월부터 단행될 것으로 예측하던 시장의 기류도 노동부의 고용 관련 데이터가 나온 직후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연준은 고용지표가 추세적인 냉각국면으로 진입할 때까진 금리 인하에 신중할 가능성이 높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연주 주요 인사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것이 서비스물가의 상승세였다. 주지하다시피 서비스물가의 양대 기둥은 고용과 임금이다. 

고용과 임금 지표가 ‘망가지지’ 않으면 서비스물가는 꺾이지 않는다. 하여 파월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무자비하게 펼치면서 달성하려고 했던 것은 노동시장의 냉각을 통한 고용과 임금의 둔화였다.

그런데 지금의 노동시장은 냉각을 지시하는 데이터와 활황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시장이 연준의 기대처럼 완전히 꺾였다는 확신을 연준이 갖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다. 하여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는 종결하되 인하시기를 정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습격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일시적 인플레이션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며 통화정책을 방만하게 운용해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제압하는 데 실패한 연준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꺼져가던 인플레이션의 불꽃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미 연준은 80년 초에 그 같은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참여자들은 연준이 과격한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를 펼친 것처럼 기준금리 인하드라이브를 전개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투자는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해서 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