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나노 TSMC 추격' 보도에 대만언론 민감, "수율 확보에 고전" 지적

▲ 삼성전자가 2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에서 TSMC를 제치고 퀄컴 등 고객사 주문을 수주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대만언론에서 이를 반박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TSMC>

[비즈니스포스트] 여러 대만언론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수율 부진과 고객사 기반 부족 등 문제를 지적하며 TSMC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사를 냈다.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2나노 파운드리에서 퀄컴 등 대형 고객사 수주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경제일보는 12일 “퀄컴이 삼성전자의 2나노 미세공정 활용에 관심을 보이면서 TSMC가 대형 고객사 위탁생산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전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퀄컴 및 엔비디아를 2나노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파운드리 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기존 고객사에 2나노 파운드리 시험 생산 결과를 공유하며 2025년으로 예정된 양산 시점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영업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TSMC와 마찬가지로 2025년부터 2나노 파운드리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자연히 고객사 반도체 물량 확보를 두고 두 기업 사이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퀄컴은 차기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TSMC 대신 삼성전자 2나노 공정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주요 고객사를 놓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경제일보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이러한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이 수율 확보 문제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TSMC의 2나노 공정을 향한 고객사들의 관심은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개발할 때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경제일보는 “TSMC가 2025년에 2나노 공정을 선보인다면 이는 집적도나 전력효율 등이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TSMC의 여러 경쟁사가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빼앗아오려 시도했지만 TSMC의 기술적 우위 덕분에 고객사와 관계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왔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같은 후발주자 기업이 TSMC를 추격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제일보는 TSMC가 갖추고 있는 우위를 더욱 뚜렷하게 언급하며 기술 격차를 강조했다.

대만 디지타임스 역시 이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의 3나노 또는 2나노 파운드리 고객사가 위탁생산 업체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TSMC의 공정 기술과 고사양 패키징을 비롯한 ‘원스톱’ 파운드리 시스템의 장점 및 기술 장벽 등을 고려한다면 다른 기업이 수주 기회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이미 3나노와 2나노 고객사 목록을 거의 확정하는 단계에 있다며 삼성전자나 인텔 등 경쟁사가 이를 뒤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대만 언론들이 이처럼 TSMC의 우위를 강조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와 기술 격차를 좁힐 계기를 노리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을 ‘게임체인저’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장기간 사실상의 독점체제를 유지하며 대만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TSMC 입장에서 이는 자연히 위협을 느낄 만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들은 최근 들어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파운드리 업체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TSMC가 이들 경쟁사와 충분한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2나노 등 차세대 공정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는 일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응 방법으로 꼽힌다.

경제일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향상 능력 부족은 TSMC를 제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인텔 역시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