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결산배당부터 ‘배당선진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다른 금융지주사의 결정을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분기배당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의 연내 개정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 속에 올해 결산배당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신한금융 '배당 선진화' 도입 첫 테이프, 자본시장법 개정 지연에 대세 되나

▲ 신한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7일 공시했다. <연합뉴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2023년도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은 2024년 2월 중순 이후로 결정됐다.

투자자는 2024년 2월 중순 이후로 정해질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올해 결산배당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산배당기준일은 기존과 같이 12월 말일로 정하고 2024년 1분기 분기배당부터 배당선진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결산배당과 분기배당 모두 배당선진화 제도를 적용하면 배당락 발생일이 기존 약 3개월 차이에서 약 1개월 차이로 줄어들어 주가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데다 투자자들이 배당과 관련해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을 가정하면 연도 결산배당의 배당락이 4월 초, 1분기 분기배당의 배당락이 5월 초에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연도 결산배당의 배당락이 1월 초, 1분기 분기배당의 배당락이 4월 초였다.

배당선진화 제도의 핵심은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배당기준일이 기존과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신한지주는 이런 예상을 깨고 한 걸음 빠르게 올해 결산배당부터 배당기준일을 변경하기로 했다.

배당액을 모르고 투자를 하게 되는 '깜깜이 투자'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입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실제 배당기준일은 배당액이 확정되는 주주총회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지연되며 분기배당에 배당선진화 제도 적용이 불확실해진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7일 공시를 통해 “2023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 규모 결정 시기 및 2024 회계연도 분기배당 기준일 등을 고려해 2023 회계연도 결산 배당 기준일을 2024년 2월 중순 이후로 정했다”고 밝혔다.

상법을 적용받아 정관 개정을 마치면 배당기준일을 변경할 수 있는 결산배당과 달리 분기배당은 자본시장법을 따르기 때문에 법 개정은 필수 요소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 해당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하며 법 개정 시기를 알 수 없게 됐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분기배당은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3월, 6월, 9월 말일을 기준일로 설정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당분간 개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던 만큼 배당선진화 제도의 도입을 크게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2024년도 1분기는 여러모로 제도를 도입하기 적절한 시기로 꼽혀왔다.

그러나 법 개정 지연에 따라 올해 결산배당에 적용하지 않으면 도입시기가 내년도 결산배당까지 크게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부터 도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배당 선진화' 도입 첫 테이프, 자본시장법 개정 지연에 대세 되나

▲  4대 금융지주가 2023년도 결산배당부터 배당기준일을 배당액을 확정일자 뒤로 미루는 '배당선진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어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늘어서 있는 ATM기.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미 정관 정비를 마친 기업들은 2023년 결산시부터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상생금융 방안 마련 등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업권보다 금융당국의 당부가 주는 무게감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가 이번 공시를 통해 2023년도 결산배당부터 배당선진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들도 올해부터 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들 역시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고 강한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왔던 만큼 배당기준일을 배당액이 최종 확정된 이후로 미루는 쪽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올해 3월 정관 변경을 마친 상태로 2023년도 결산배당기준일은 이사회에서 결정되면 공시를 통해 알리게 된다.

배당기준일을 기존과 같이 12월 말일로 정한다면 12월 중순 공시를 통해, 배당기준일을 미루게 된다면 해당 일자의 2주 전 또는 자율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