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파업사태에 투자 철회하는 대형 연기금, 머스크 '무노조 경영' 정조준

▲ 테슬라를 향한 파업이 북유럽 국가 다수로 번지며 대형 연기금이 테슬라의 지분을 처분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사진은 노르웨이 남부 텔레마르크주 포르스그룬시에 위치한 테슬라 차량 판매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테슬라 관련 노조 파업사태가 한 달 넘게 장기화하며 대형 연기금이 테슬라에 투자를 철회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다수의 글로벌 대형 펀드가 테슬라의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리스크로 들어 투자를 재검토하기 시작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450억 달러(약 59조440억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 펀드인 펜션 덴마크는 이날 테슬라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 

블룸버그는 덴마크 현지언론 보도를 인용해 “펜션 덴마크가 매도한 지분은 대략 5800만 달러(약 761억5023만 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펜션 덴마크 관계자는 테슬라에 투자를 일부 철회한 이유를 묻는 블룸버그의 질문에 “테슬라가 노조와 협약을 맺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응답했다. 

테슬라에 투자한 다른 대형 연기금 펀드들도 펜션 덴마크를 뒤따라 투자를 재검토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운용 자산이 2470억 달러(약 322조9932억 원)에 이르는 스웨덴 국영 AP펀드는 테슬라 관계자와 노동자 권리에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70억 달러(약 61조4600억 원) 자산을 관리하는 벨리브 펜션 앤 리브스포시크링(Velliv Pension & Livsforsikring A/S) 대변인도 블룸버그를 통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감시하는 파트너들에 연락해 테슬라와 대화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노사관계는 ESG 항목 가운데 사회(Social) 영역에 중요한 요소인데 테슬라가 이러한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연기금 펀드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움직임이 테슬라에 “매우 심각한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테슬라 파업사태에 투자 철회하는 대형 연기금, 머스크 '무노조 경영' 정조준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1월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타임스의 딜북 서밋에 참석했다. 그는 공개 인터뷰에서 “나는 노동조합이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글로벌 대형 연기금 펀드들이 테슬라에 투자를 철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는 배경은 북유럽에 퍼지는 파업사태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0월27일부터 테슬라를 상대로 시작된 스웨덴 금속노조 소속 정비공들의 파업이 산업과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 테슬라 자동차와 부품을 운송하는 노동자들도 테슬라에 노조 단체 협약을 요구하는 스웨덴 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참했다. 

핀란드 운송노조인 ATK도 12월20일부터 핀란드의 모든 항구에서 테슬라의 차량이 스웨덴으로 배송되는 작업을 막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테슬라는 법적 소송을 통해 파업 사태를 잠재우려 했지만 오히려 이는 사태를 더욱 키우는 역효과를 냈다.

스웨덴 법원은 11월 말 테슬라가 운송노조와 우편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테슬라 번호판 배송 관련 고발건에 대해 테슬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12월7일 판결에서는 노조 측이 배송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스웨덴 우편 노동자들은 현재 테슬라의 신차에 적용될 번호판 1천여 개의 배송을 중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래 전부터 노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스웨덴에서 신차 번호판을 배송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이건 미쳤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 사태가 확산되는 동시에 테슬라 투자자가 이탈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며 상황이 점점 테슬라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유럽발 노조 파업사태가 테슬라 전기차 생산공장이 위치한 독일과 미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테슬라 베를린 공장 노동자들이 다수 속한 독일 금속노조와 미국 최대 자동차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모두 테슬라 노동자들을 모아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머스크 CEO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분명한 시험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파업이 처음 시작된 스웨덴에서도 단체행동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황이 노조 측에 유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스웨덴 정비소협회 관계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파업으로 일부 정비소들이 차량 수리를 하지 못해 재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비판을 전했다. 

스웨덴 노조는 테슬라가 단체 협약에 나선다면 파업을 마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장기간 고수해 온 테슬라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