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축은행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양강 구도가 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저축은행업계는 고금리 흐름에 올해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업계 1,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나란히 3분기 실적을 2분기 대비 개선하며 양강체제를 굳혔다.
▲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업황 악화 속 양강체제를 굳혔다. 사진은 한 저축은행 현판 모습. <연합뉴스> |
저축은행업의 전반적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연말 순이익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3분기까지 순이익 704억 원을 거둬 전통의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순이익 623억 원을 10% 이상 앞섰다.
OK저축은행이 4분기에도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출범 뒤 처음으로 업계 순이익 1위에 오른다.
다만 3분기 순이익만 떼어놓고 보면 OK저축은행이 1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SBI저축은행은 3분기 순이익 518억 원을 냈다. 2분기 68억 원보다 8배 이상 늘었다. 부실채권의 적극적 매각으로 충당금이 환입된 영향을 톡톡히 봤다.
반면 OK저축은행은 3분기 순이익 169억 원을 거둬 2분기 159억 원 대비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4분기 실적에 따라 SBI저축은행이 OK저축은행을 잡고 올해 전체 순이익 1위를 지킬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국내 저축은행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SBI저축은행의 강점으로는 업계 평균 이하의 건전성이 꼽힌다.
SBI저축은행은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 비율)이 5.86%로 집계됐다. 다른 저축은행처럼 6월 말 4.69%과 비교하면 올랐지만 저축은행 79곳 평균인 6%대보다는 여전히 낮다.
반면 OK저축은행은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11%로 업계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한 수신 규모 확대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OK저축은행은 9월 말 기준 총수신 규모가 13조623억 원으로 1년 전 11조7947억보다 1조 원 이상 늘었다. 시장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파킹통장을 내놓고 예금 유치에 나선 효과를 봤다.
반면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은 총수신 규모가 14조7331억 원에서 13조7477억 원으로 1조 원가량 줄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예금이 핵심 자금조달수단으로 여겨진다.
총수신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OK저축은행이 그만큼 향후 대출 등 영업활동에 필요한 ‘총알’을 많이 확보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미세한 차이가 모기업의 성격에 기인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SBI저축은행은 일본계 SBI그룹이 국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했다. 이에 따라 연체율 수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위험회피 성향이 업계에서도 강한 편으로 알려졌다.
반면 OK저축은행은 대부업에 뿌리를 두고 있어 연체율 등 건전성 수치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두 저축은행의 전략 차이는 금융시장 불안요소로 꼽히는 부동산업종 위험 노출 정도에서도 확인된다.
SBI저축은행은 9월 말 기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신용공여액 1098억 원, 전체 부동산업종 위험 노출도를 가늠할 수 있는 PF·부동산업·건설업 신용공여액 1조677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9월 말 기준 부동산PF 신용공여액이 1조310억 원, PF·부동산업·건설업 신용공여액이 3조3144억 원으로 집계됐다. SBI저축은행과 비교해 부동산PF 신용공여액은 10배, PF·부동산업·건설업 신용공여액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 이창용 한은 총재가 11월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사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내년도 저소득층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
OK저축은행이 부동산분야에서 SBI저축은행과 비교해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PF·부동산업·건설업 상품의 연체율도 SBI저축은행이 2.95%, OK저축은행이 7.38%로 확연한 차이가 났다.
저축은행업계는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금융권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과 저소득층을 주요 대출 고객으로 두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월3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물가는 내년에도 높아 취약계층과 빚을 많이 낸 사람과 저소득층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업계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국내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합산 순이익 375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2% 줄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