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첫 해 성공적 자금 조달과 실적 선방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롯데건설은 올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국내 도시정비와 해외건설 신규 수주 실적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국내 주택부동산시장 경기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부각되는 등 내년 경영환경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무에서 성과를 냈지만 수주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4일 롯데건설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2023년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9688억 원이다. 박 부회장이 취임한 2022년 말(5979억 원)보다 3배 넘게 많아졌다.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2022년 말 2조893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2조260억 원으로 29.9% 줄었다. 같은 기간 회사의 부채비율은 265%에서 233%로 낮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9월 ‘건설: 끝나지 않은 PF 리스크,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은 유동화증권의 외부 매각, 차입금 일부 상환 등으로 단기적 유동성 대응 부담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롯데건설의 PF 보증 만기구조와 재무부담 수준, 현금성 자산 등 보유 유동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부동산 금융시장 여건이 조금 나빠지더라도 자금소요에 관한 대응이 대부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 대표가 지난해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던 롯데건설을 맡아 다시 한 번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앞서 2015년 롯데그룹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가 안정성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업총괄본부장을 맡아 성공적 준공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으면서 2017년 ‘뉴롯데’ 인사에서 롯데물산 대표에 올랐다.
신 회장은 2022년 12월 박 대표를 롯데건설 신임 대표에 선임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박 대표는 롯데건설 대표에 오른 뒤 바로 KDB산업은행 등의 회사채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채 2500억 원을 조달하고 메리츠증권과 투자협약으로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올해 기존 사업장의 분양과 착공에 집중하면서 내실경영에 역량을 쏟았다.
롯데건설은 올해 2월 경기도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1180세대)를 시작으로 시흥 롯데캐슬 시그니처(2133세대),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761세대),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등을 비롯해 12월 소사역 롯데캐슬 더 뉴엘(983세대)까지 올해 모두 11개 단지, 1만6503세대를 공급했다.
이 가운데 현재 분양을 진행 중인 소사역 롯데캐슬 더 뉴엘을 제외한 10개 단지는 분양률이 완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은 분양 성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실적도 선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조87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줄어든 2461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올해 원가율 상승으로 대부분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뒷걸음질 친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올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무게추를 두면서 국내 도시정비와 해외건설부문 신규수주 실적은 주춤하고 있다.
▲ 청량리 제8구역 재개발사업 투시도.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2023년 도시정비부문 신규수주가 5월 청량리8구역 재개발사업(1728억 원)과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사업 2건이다.
이 가운데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은 앞서 2017년 수주했던 사업으로 올해 시공권 해지 위기에 처했다가 시공권을 되찾아온 곳이다. 이에 수주실적에도 기존 도급액 대비 증가분인 3421억 원만 반영된다.
올해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도시정비 수주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롯데건설의 신규 수주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롯데건설은 하반기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수주전을 검토하다 발을 뺐고 연내 추가 수주가 가시화된 사업장도 보이지 않는다.
2023년 11월 기준 대형 건설사들의 도시정비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포스코이앤씨가 4조3150억 원을 수주해 업계 1위에 올랐고 현대건설은 2조5166억 원을 확보했다.
GS건설(1조9220억 원), DL이앤씨(1조1824억 원), 삼성물산(1조4130억 원), 대우건설(1조1154억 원)이 1조 원대 실적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도시정비부문에서 7307억 원, SK에코플랜트는 722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이 1794억 원을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해외건설시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23년 10월31일 기준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1억1768만 달러(약 1528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그룹 대형 일감의 덕을 봤던 2022년 같은 기간(15억4371만 달러)과 비교해 92.3% 감소한 것이다.
업계 순위로는 2022년 연간 해외건설 수주금액 순위 5위권이었던 데서 2023년 10월 말 기준 19위로 떨어졌다.
2023년 10월 말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총액은 256억 달러(약 33조2442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247억 달러)보다 3.6% 늘어났다.
건설부동산시장 경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2024년이 박 대표에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2023년 6월 말 연결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규모가 도시정비사업 관련 9천억 원을 포함해 모두 6조2천억 원에 이른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흐름을 예상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기법이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롯데건설은 2022년 하반기 단기적 유동성 위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을 올해 대부분 매각하면서 관련 자금부담이 상당히 완화됐다”면서도 자본 완충력 대비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규모가 과중한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올해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착공, 분양물량이 가장 많았다”며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도 연말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60년생으로 영남고,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롯데건설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기획, 개발, 감사부서를 두루 거쳤다. 1999년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 조사본부 등에서 일했고 2015년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에 올랐다.
2017년 롯데물산 대표이사 부사장, 2019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사장을 지냈다. 2022년 12월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