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서울의 봄에 MZ세대가 더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연말을 앞두고 극장가의 때 이른 ‘봄 기운’이 물씬하다. 장안의 화제인 영화 ‘서울의봄’ 이야기다.
1979년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권력에 눈이 먼 반란군인 보안사령관 ‘전두광’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에서 긴박하게 흘러갔던 9시간을 담았다.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정우성·이성민·박해준씨 등 쟁쟁한 필모그래피(출연 경력)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등 제작·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봄은 11월22일 개봉한지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범죄도시3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천만 영화’가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서울의봄’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등에 내장된 혈압센서 혹은 심박센서 등을 활성화한 채 ‘서울의봄’을 관람하고 수치를 인증하는 것이다.
권력찬탈을 막아야 할 군 수뇌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지켜본 관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뒷목을 잡았다는 감상평을 남기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증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서울의봄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비결은 뭘까? 이는 치밀하게 짜여진 만듦새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영화 서울의봄의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관객 300만 돌파 기념을 자축하고 있다. <플러스엠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
서울의봄은 반란군과 진압군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선악구도를 속도감 있게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빠르게 넘어가는 장면 속에서 관객들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장면마다 시각적인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성수 감독은 1979년 당시에 제작된 영화나 뉴스에서 서울의봄의 구체적인 카메라 앵글이나 미장센을 차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한 한 관객은 “과정과 결말은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긴박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하나회가 음모를 꾸미는 장면에서 전두광이 야욕을 드러내자마자 조명을 끄고 어둠 속에 묻히는 장면은 압권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황정민씨는 주인공 전두광을 맡으며 영화 ‘신세계’의 ‘정청’역에 견줄만한 인상을 남겼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군사반란을 일으키면서도 일반적인 악당 보스가 갖춘 치밀함은 떨어지는 복합적인 면모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다.
김성수 감독은 “이런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은 황정민 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우성씨도 전두광의 맞수인 이태신 역할을 맡아 오직 국민에 충성하는 군인으로서의 살신성인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박해준씨는 전두광의 친구이자 2인자로 겉은 말랑말랑해도 속은 알 수 없는 면을 잘 표현했다.
반란을 주도한 실존 인물들이 사망하는 등 시간이 지나며 역사의 아픔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교훈을 되새기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평도 있다. 역사책을 통해 군사반란 사건을 배웠던 MZ세대 사이에서 주로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CJCGV가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의봄의 관객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대 29.9% △20대 26.2% △40대 23% △50대 16.9% △10대 4%로 집계됐다.
한 MZ세대 관람객은 “긴 기다림 끝에 얻은 민주주의가 반란군의 야욕과 정부의 무능력으로 다시 짓밟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신재희 기자
▲ 11월2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서울의봄' 작품설명회 행사에서 김성수 감독(왼쪽)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