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3-12-01 15: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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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게임업계가 넥슨 출신 인물들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넥슨은 2023년 국내 대형 게임사 가운데 유독 실적이 좋았고 신작 게임도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넥슨의 성공 DNA를 이식하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게임업계에 넥슨 출신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조동현 라인게임즈 COO, 정우용 하이브IM 대표이사, 고세준 원유니버스 각자대표이사.
29일 게임업계 따르면 최근 라인게임즈는 넥슨 출신 인물들을 영입해 라인게임즈의 핵심IP(지식재산) 부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말 조동현 전 넥슨코리아 본부장을 신임 COO로 발탁했다. 이에 앞선 11월 초 김태환 전 넥슨코리아 부사장과 윤주현 전 넥슨 플랫폼디렉터를 영입하기도 했다.
라인게임즈는 2018년부터 적자에 빠졌으며 2022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실시했다. 이제 회사가 보유한 '창세기전' IP를 부활시키는 것이 라인게임즈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라인게임즈가 개발하는 '창세기전 회색의잔영'의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품질 논란에 빠져 있고 이용자들의 기대감도 낮아져 있는 상태다. 이에 넥슨 출신 인물들을 핵심IP 흥행을 위한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예 처음부터 넥슨 출신 인물들로 회사를 만든 곳도 있다.
하이브IM은 2022년 4월 법인 설립과 동시에 넥슨 출신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다. 넥슨에서 '크레이지아케이드' 개발을 주도한 기획자 출신 정우용 하이브IM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넥슨의 부문별 전문가들로 진용을 갖췄다.
2023년부터 이 인원들이 주축이 돼 자체 개발과 배급, 신생개발사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브IM은 올해 12월 배급작품인 '별이되어라2'를 출시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VR게임 전문기업 원유니버스가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한 고세준 프로듀서를 개발부문 각자대표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더다이버'는 2023년 11월15일 게임시상식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게임업계가 넥슨 출신 인물들을 탐내는 이유는 넥슨의 사업 성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19년부터 기존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와 신작 게임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했으며 최근 그동안의 노력이 재무적 성과와 게임 제작 경쟁력을 모두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넥슨은 기존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FC온라인' 등의 라이브서비스게임이 꾸준히 흥행하는 가운데 2021년 '블루아카이브', 2022년 '던전앤파이터모바일', 2023년 '프라시아전기'와 '데이브더다이브'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이 대한민국 게임대상(대상)을, 2023년에는 데이브더다이버가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거머쥐면서 만들어진 게임의 작품성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놓치지 않고 있다.
넥슨 본사는 올해 게임업계 최초로 4조 원 매출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넥슨은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3조742억 원, 누적 영업이익 1조1815억 원을 냈다. 2022년 3분기보다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40% 증가한 수치다.
2023년 게임 비수기에 따라 주요 게임기업 실적이 후퇴하거나 제자리걸음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시선이 많다.
올해부터 게임업계는 과거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3대 게임사를 뜻했던 '3N' 대신 넥슨 만을 가리키는 '1N'이라는 말로 넥슨을 부르기 시작했다.
▲ 넥슨은 회사안에서 '던메피'라고 부르는 라이브서비스 게임의 탄탄한 실적 위에 신작IP를 쌓으며 꾸준한 성장을 하는데 성공해가고 있다. <넥슨 2023년 3분기 실적자료>
다른 게임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20년부터 '빅앤리틀'이라고 하는 불리는 넥슨식 스튜디오체제를 모방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내부 개발조직을 많이 만들어 여러 게임을 개발했다가 출시한 게임들이 모두 실패한 사례도 있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자회사와 스튜디오만 늘어나고 성공작은 나오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업계는 넥슨인들을 영입해 넥슨의 DNA를 직접 심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기업문화부터 다른 게임기업들과 조금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기업에는 대체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지만 넥슨 출신들은 좀 더 별종인 구석이 있다"며 "한 예로 보통 임원급이 되면 골프 이야기가 주요 관심사가 되기 마련인데 넥슨에 있던 사람들은 임원급도 골프보다는 게임 이야기 하는 걸 더 좋아한다"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