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한 우아한형제들 출신 김범준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면서 이커머스 핵심 경쟁력인 물류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내정자는 배달업에 잔뼈가 굵은 만큼 쿠팡이 장악한 국내 새벽배송 시장에서 네이버가 경쟁력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 네이버가 김범준 전 우아한형재들 대표이사 영입으로 물류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1일 국내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김범준 영입을 놓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을 추격하는 동시에 최근 국내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네이버는 11월30일 김범준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를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해 내년 1월부터 네이버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우아한형제들 대표로서 배달의 민족의 물류사업 고도화를 이끈 데다 이른바 ‘라스트마일’을 통한 치열한 국내 배달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라스트마일은 이동 및 물류 등의 분야에서 목적지에 당도하기까지 마지막 거리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를 일컫는다.
특히 그는 라스트마일을 통해 퀵커머스(즉시배송)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즉시 배송은 주문한 이후 음식을 받는 것처럼 1시간 안팎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특히 배달의 민족에서 퀵커머스로 대표되는 서비스 가운데 배민스토어의 경우 네이버처럼 브랜드와 일반셀러 등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네이버 쇼핑 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쿠팡과 비교해 배송 속도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김 내정자 영입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물론 네이버쇼핑 플랫폼에 홈플러스나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입점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해당 업체를 연결하는 데 그친다.
그동안 네이버는 배송 서비스에서 배송 속도에 무게를 싣기보다 ‘온디맨드’ 물류를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해왔다. 온디맨드는 수요 맞춤형이라는 뜻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물류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네이버가 구축한 온디맨드 물류는 판매자가 기간 및 가격을 고려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비춰보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중심의 온디맨드 물류는 미진한 것이다.
더구나 네이버는 쿠팡뿐 아니라 최근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진입한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쫓기고 있는 만큼 소비자 중심의 물류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으로 네이버의 점유율은 23.3%로 나타났다.
1위인 쿠팡이 24.5%로 가장 높았고 신세계그룹의 쓱닷컴·G마켓·옥션 합산 10.1%, 11번가 7.0% 등으로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네이버 이커머스 거래규모는 올해 3분기 11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분기보다 14.3% 늘었다. 다만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8.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규모는 56조93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 늘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거래 규모 증가율은 18.2%로 당시 국내 이커머스 전체 거래액 증가율 12.3%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 최대 이커머스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본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면서 네이버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다.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한 한국인 수는 올해 10월 G마켓(582만 명)을 처음으로 넘어선 상태다.
더구나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처럼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물류업체들과 협업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식은 네이버 쇼핑과 비슷한 데다 네이버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최저가 쇼핑 기반의 검색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에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네이버에 입점한 쇼핑몰 대부분은 국내 소상공인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 내정자가 내년 1월에 합류하는 만큼 구체적 전략은 합류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