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11-29 16: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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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에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시스템 인프라를 두는 지금의 환경에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에 수혜를 입을 수 있다.
▲ 행정전상망 먹통 사태로 공공 클라우드 전환이 검토되면 KT클라우드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KT도 최근 전산망 관리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신뢰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행정전산망 마비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공공 클라우드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행정전산망은 대다수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구축돼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각 부처별, 분야별로 전산망을 따로 구축해 개별 서버에서 운영되는 방식이다.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만 해도 1만7천여 개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각 시스템의 호환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도 각 서버가 개별적으로 운영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행정전산망 시스템을 공공 클라우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란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처럼 클라우드 내에서 통합적으로 전산망을 운영한다면 불필요한 데이터 중복을 피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15년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부처 사이의 이견이 크다”며 “민간 기업들은 이미 클라우드로 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딘 이유”라고 말했다.
공공 클라우드와 관련된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 모두 4곳이다.
그러나 공공 클라우드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정부도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사업 예산은 2023년 342억 원으로 2022년 대비 80% 급감했지만 2024년 예산은 758억 원으로 올해보다 2배 이상의 금액이 책정됐다.
여기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2026년까지 신규 시스템의 70% 이상, 현행시스템의 5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만큼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기준 행정·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18%에 불과하다.
▲ KT 용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연합뉴스>
KT는 국내 공공 클라우드 분야의 최강자여서 이런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KT는 2022년 기준 공공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42%로 압도적인 1위이다. 2위인 NHN클라우드가 시장점유율 17.2%, 3위인 네이버클라우드가 15.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KT는 클라우드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2022년 4월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당시 8천억 원 규모의 국내 공공클라우드 전환사업에 집중해 2026년까지 매출 2조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KT클라우드는 매년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적 변화로 인해 공공 클라우드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KT클라우드의 주력 시장인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회복에 따라 성장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KT도 최근 전산망 마비로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KT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소방망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오전 8시부터 9시37분까지 서울종합방재센터 통신망 오류로 차량동태관리시스템이 97분 동안 중단됐다.
2021년 10월에는 1시간30분가량의 통신 장애가 발생해 40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내놓은 적도 있다.
일각에선 클라우드가 행정전산망 먹통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결국 클라우드도 운영하는 주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공공 클라우드가 행정전산망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는 있지만 전산망 장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전산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게 복구할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인력운용이나 투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