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며 파운드리 2위 고객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인텔 프로세서 홍보용 이미지.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해 인텔의 차기 CPU 위탁생산을 담당하며 140억 달러(약 18조 원)에 이르는 수주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내년 출시하는 ‘루나레이크’ 시리즈 프로세서에 처음으로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프로세서 생산 물량을 고려할 때 수주 규모는 14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에는 40억 달러, 2025년에는 1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TSMC 입장에서는 인텔이 단숨에 애플에 버금가는 대형 고객사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인텔은 자체 파운드리 공정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시간을 벌고 CPU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TSMC의 최신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시작했다.
TSMC는 인텔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게 되면서 두 기업에 모두 ‘윈-윈’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인텔의 이러한 결정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지는 패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일보는 반도체 업계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TSMC의 파운드리 활용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며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TSMC는 3나노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에 확실한 우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나노 반도체 생산을 TSMC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대형 고객사 수주에 고전하는 반면 TSMC는 이미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인텔 물량마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텔 루나레이크 프로세서는 내년 하반기에 정식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 쓰이는 CPU와 GPU, NPU가 모두 TSMC 3나노 공정을 활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와 인텔 측은 이러한 전망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 안내 이미지. < TSMC > |
인텔이 자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춰낸 이후에도 TSMC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도입하는 미세공정 라인으로 CPU 등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외부 고객사의 수주 물량 대응에 집중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TSMC가 결국 인텔과 파운드리 시장 경쟁사로 맞붙는 일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인텔 제품을 위탁생산하며 경쟁에 따른 영향을 일부 만회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인텔이 노트북용 CPU에서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TSMC와 파운드리 협력을 계속 이어가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애플이 ‘맥북’ 시리즈에 인텔 CPU 대신 TSMC에서 위탁생산한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뿐 아니라 인텔까지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경쟁사로 등장하며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경제일보는 TSMC의 연간 매출 증가에 인텔이 기여하는 비중이 올해 5% 수준에서 2024년 8%, 2025년 12%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