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재건 노리는 일본, TSMC와 라피더스 지원 '투트랙 전략' 속도

▲ 일본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대만 TSMC의 반도체공장 건설 및 자국 기업 라피더스의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반도체 강국’ 지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두고 자국 및 해외 반도체기업에 모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핵심 기술 및 생산설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지원 정책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비해 다소 늦게 추진됐지만 성과 측면에서 보면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아시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차별화된 장점을 갖춰내며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이 대규모 예산 및 정책적 지원 방안을 활용해 반도체공장 유치와 기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여러 걸림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 년 전부터 정부 조성 펀드를 통해 자국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 자금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공급망이 단절되며 위기를 맞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의 대형 반도체공장을 다수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망은 다소 불확실하다.

전문 기술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TSMC가 공장 가동을 늦춘 데다 최근에는 정부 예산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도체공장 보조금 지급 규모와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지원 정책에 맞춰 TSMC와 인텔의 설비 투자 지원을 약속했던 독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원 예산 확보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 지원 계획을 비교적 늦게 내놓았음에도 투자 유치와 실행, 자국 기업의 기술력 강화 등 측면에서 모두 실질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내년 가동을 앞둔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에 이어 첨단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제2공장 및 제3공장 건설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투자 계획을 늦추고 독일 반도체공장 설립 방안도 처음 논의가 시작됐을 때와 비교해 비교적 크게 진전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일본 정부가 TSMC 반도체공장 세 곳에 모두 전체 시설 투자금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예산도 편성하는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낸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타임스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지원 노력은 미국과 독일, 중국과 달리 경제적이나 정치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절대강자’로 꼽힌다. 자연히 연이은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는 일본 반도체산업 육성 목표에 크게 기여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 강국 재건 노리는 일본, TSMC와 라피더스 지원 '투트랙 전략' 속도

▲ 일본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그래픽 이미지. <라피더스>

일본은 이와 동시에 정부 주도로 설립한 자국 반도체기업 라피더스의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에도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며 자체 기술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법인으로 이미 홋카이도에 반도체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7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2030년 1.4나노, 그 이후에는 1나노 등 더 앞선 공정기술을 갖춰내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기업을 추격하겠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됐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2~3년 안팎으로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조 엔(약 17조5천억 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해 TSMC와 라피더스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에 해외 반도체기업 투자 유치와 자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모두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공격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세계 반도체시장의 절반 가까운 매출을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 지위를 누렸으나 곧 미국과 한국 경쟁사들의 영향을 받아 입지가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유리한 상황에 놓이며 다시금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완제품 생산량 및 기술력에서 경쟁 국가에 크게 뒤처지고 있지만 장비와 소재, 부품 등 분야에서 여전히 가장 앞선 국가로 꼽힌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정책이 대규모 투자 유치와 자체 기술 확보로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충분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일본은 반도체 제조업의 선두로 향하는 길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며 2030년 이전까지 상당한 제조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