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고금리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안방보험식 경영전략’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보험영업 손실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동양생명은 해외투자 확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상반기에 일시납 저축성보험상품인 양로보험을 1조5천억 원 이상 팔면서 점유율이 높아졌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보험을 보장받는 기간에 내야 하는 보험료를 계약을 체결할 때 전액 내는 상품으로 고객이 낸 보험료보다 만기 이후 내주는 보험금이 더 많다.
동양생명은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555억 원을 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고쳐 썼는데 양로보험 판매에 힘쓴 덕분으로 보인다. 양로보험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총자산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과 자산을 한꺼번에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주주인 안방보험이 중국 보험시장에서 펼쳤던 전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중국 보험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단기 보험자산관리상품을 방카슈랑스채널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구한서 사장은 8월 말에 안방보험 홈페이지에 올라간 글에서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의 경험을 나누고 신상품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양생명이 양로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비교적 높은 수준인 연 2%대 금리의 이자를 보장하고 있어 앞으로 보험영업손실을 크게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가 이어지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장한 최저보증이율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수익이 고객에게 내줘야 하는 보험금보다 적어져 손실을 입게 되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대비해 신지급여력(RBC)비율 제도가 도입되는 점도 역마진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 제도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쌓을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양생명은 1분기에 가입한 양로보험상품 고객에게 연 2.85% 금리를 보장했는데 신지급여력비율 제도의 도입 이후 운용자산수익률이 2.85%를 밑돌게 되면 보장금리와 운용자산수익률의 차이만큼 책임준비금을 즉시 추가로 쌓아야 하는 셈이다.
동양생명을 제외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팔지 않고 있는데 역마진의 가능성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도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의 평균 최저보증이율을 현재 2.38%에서 2%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품판매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대주주인 안방보험을 통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1분기 기준으로 자산운용수익률 4.4%를 기록해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3.9%를 웃돌았다.
1분기 기준으로 해외자산 투자비중은 전체의 9.5%로 2015년 말보다 2.9%포인트 커졌다. 이때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팔아서 얻은 보험료도 10년 만기인 중국 회사채에 대부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