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첨단 반도체공장 지키기 쉽지 않아, 땅·물·전기·사람 다 '태부족'

▲ 대만 정부가 TSMC 반도체공장 신설에 필요한 부지와 전력, 수자원 등 인프라 확보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정부가 TSMC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앞으로도 자국에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반도체공장에 필요한 부지와 수자원, 전력과 핵심 인재가 모두 부족한 상황에 놓이며 TSMC가 대만에 투자를 지속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로이터에 따르면 TSMC가 최근 대만 롱탄 지역에 반도체공장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사례는 현재 대만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는 본사가 위치한 신주과학단지와 인접한 롱탄에 1.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는 대만 정부가 지원한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유지를 정부 소유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현지 주민들에 거세게 반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공장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오래된 사원을 허물고 가족 묘지가 위치한 땅마저 파헤치려 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도체공장 건설과 관련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자 TSMC가 결국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다.

로이터는 대만 정부가 이처럼 무리하게 반도체공장 부지 확보를 추진한 이유는 결국 대만이 여러 인프라 측면에서 안고 있는 다섯 가지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토지와 수자원, 전력과 노동력, 전문인재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 TSMC의 대만 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난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공장은 도로와 거주지 등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고 자연재해 영향이 적은 토지와 대규모 전력망, 많은 수자원을 필요로 한다.

대만의 국토 면적이 비교적 크지 않은 반면 TSMC가 필요로 하는 공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적당한 부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전력과 수자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TSMC가 1.4나노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려던 롱탄은 이미 여러 반도체공장이 위치한 신주과학단지와 인접해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대만 정부가 이를 고려해 롱탄을 최우선 후보지로 점찍고 공장 부지를 확보하려던 과정에서 무리한 소유권 이전이 추진되며 주민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TSMC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국가로 첨단 반도체 생산 투자를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만 정부의 노력도 이번 사태를 낳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TSMC는 최근 이들 국가에 잇따라 대규모 반도체공장 건설을 결정짓고 투자 규모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자국에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유치하려는 각국 정부들의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많게는 전체 투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만 TSMC 첨단 반도체공장 지키기 쉽지 않아, 땅·물·전기·사람 다 '태부족'

▲ TSMC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설비 홍보용 이미지. < TSMC >

대만 정부는 TSMC가 다른 국가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한다면 대만의 국가 안보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국에 집중되어 있는 TSMC의 첨단 반도체공장이 대만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이끌어 중국의 침공 등 위협에서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만 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약 절반이 TSMC에서 발생했다. TSMC가 대만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대만 내 토지 부족과 장기간 이어진 가뭄에 따른 수자원 고갈, 신재생에너지 부족 등 문제는 TSMC가 점차 해외 국가로 투자 다변화를 검토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아사이아리서치는 로이터를 통해 “TSMC가 정말로 대만에 반도체공장을 신설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대만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TSMC는 1.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할 다른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대만 정부와 각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만 내 공장 건설 계획에 차질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타이중에 새로운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타이중시 측은 수자원 및 전력 부족 문제를 우려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TSMC가 현재 건설중인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공장에 이어 1.4나노 및 1나노 생산설비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대만 내 투자 지속과 관련한 딜레마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TSMC와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발전 및 생산 투자에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중장기적으로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