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가스전 사업에서 부진한 수주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까?

남궁 사장은 취임 첫 해인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20% 올려 잡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가 지나도록 해외 화공플랜트부문에서 이렇다 할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주목표 달성률이 56%에 그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수주 목표 달성 빨간불, 남궁홍 마지막 희망은 '사우디 가스전'

▲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가스전 수주로 부진한 수주실적을 만회할지 주목된다..


31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기대됐던 화공플랜트 수주가 부진해 향후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30일 주가가 전날보다 12% 하락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 화공부문 기존 주요 프로젝트의 안정적 공정과 비화공부문 수주 증가 등을 고려하면 매출 감소에 관한 우려는 기우”라면서도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목표주가를 기존 4만1천 원에서 3만9천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도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목표주가를 각각 기존보다 11.6%, 13% 낮춰잡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과 2024년 전체 연결기준 매출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공부문 매출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23년과 2024년 화공부문에서 매출 4조8040억 원, 4조642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각각 전년대비 매출이 0.3%, 3.4% 줄어드는 것이다.

남궁 사장으로서는 올해 경영목표 달성은 물론 향후 실적관리 측면에서 화공플랜트부문 수주 공백을 만회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0일 3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화공부문에서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를 따내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사업이다. 아람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파드힐리 가스전은 육상 및 해상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비수반 가스를 처리하는 최초의 플랜트로 처음부터 테일가스처리기술을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2015년 파드힐리 가스전 건설사업에도 입찰했지만 당시 유럽 건설사와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사업은 이 파드힐리 가스전의 생산량을 하루 15억 입방피트까지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는 프로젝트로 가스처리공장 확장, 황 회수장치 설치, 초기 토목공사, 유틸리티부문 등 모두 4개 패키지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9월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1, 2패키지에, 10월에는 4패키지에 입찰해 4개 패키지 가운데 3개 사업을 노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파트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 3개 패키지를 모두 수주하게 되면 한 번에 40억 달러(약 5조3892억 원) 규모를 실적에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사업 발주처가 가격 경쟁력 외에도 공기달성 등 사업 수행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일 패키지가 아닌 ‘멀티’ 패키지로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자동화, 모듈화, 디지털전환 등 수행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는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일본의 JGC가 경쟁하고 있다. 수주전 결과는 이르면 올해 12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는 올해 삼성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부문 수주 부진을 떨쳐내고 연간 수주목표 달성 여부를 결정지을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수주 목표 달성 빨간불, 남궁홍 마지막 희망은 '사우디 가스전'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전 모습. <아람코 홈페이지>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월31일 콘퍼런스콜에서 신규수주 목표를 12조 원으로 제시했다. 남궁 사장은 2022년 수주실적인 10조 원보다 20%, 수주 목표치였던 8조 원보다 50% 높은 수주목표를 내걸면서 회사의 성장세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까지 신규수주 실적이 6조7571억 원으로 목표치의 56%가량을 채우는 데 그쳤다.

특히 2023년 화공부문 신규수주가 8471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화공부문 수주실적(2조2천억 원)과 비교해 61.4% 감소한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상반기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PDH/PP)사업을 영국 페트로펙과 중국 건설엔지니어링기업 HQC 컨소시엄에 내줬다. 최근에는 하반기 주요 화공 수주후보로 꼽혔던 3조 원 규모 사우디 아람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확장 프로젝트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져갔다.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는 자푸라 가스전에 이어 해외건설시장의 오랜 경쟁자인 현대건설과 다시 치르는 수주전인 만큼 자존심이 걸린 승부이기도 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사우디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면서 ‘제2중동붐’에 앞장서는 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3년 9월30일 기준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56억1729만 달러(약 7조574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기간 해외 계약금액이 28억7432만 달러(약 3조8748억 원)로 19.6% 늘어났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10월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업까지 포함하면 실적이 더 늘어난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9월30일까지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8억7661만 달러(약 1조1817억 원)로 2022년 같은 기간(24억3517만 달러)보다 64% 줄었다.

삼성물산의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삼성물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업계 7위에 머물고 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화공부문에서 파드힐리 확장 3개 패키지를 4분기에 수주하면 화공부문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비화공부문 수주는 초과달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은 이미 연간 목표의 94.5%를 달성했다”며 “대형 공사 수주 모멘텀은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패키지를 시작으로 4분기부터 2024년까지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