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과 일본 등 국가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및 인재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대만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대만의 수자원 및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대만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급 상황과 세계 반도체 시장 환경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의 해외투자 확대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대만 경제일보는 31일 논평을 내고 “대만이 반도체산업에서 갖추고 있는 우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장중머우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는 최근 미국 비영리기관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와 모교인 메사추세츠공대(MIT) 강연에 참석해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두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세계 반도체산업 지형 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의 무역갈등과 탈세계화 등 영향으로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중머우는 TSMC가 대만 이외 국가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여러 단점을 안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어 대만의 수자원과 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우수한 인력 기반이 더 이상 TSMC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TSMC의 반도체 공정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공장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수자원과 전력, 인재를 필요로 하는데 대만이 이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일보는 특히 TSMC가 2040년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목표를 두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TSMC는 당초 2050년까지 RE100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최근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겼다. 2030년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그러나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모두 대만에 운영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만의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이 전체 공급량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일보는 결국 TSMC가 미국과 일본 등 국가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일은 RE100 달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TSMC가 대만의 인프라 부족 문제로 성장에 악영향을 받는다면 경쟁사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기며 대만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일보는 “현재 대만의 신재생에너지 전체 공급량은 TSMC 단일 기업에 공급하기도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여러 노력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일본은 정부 차원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이 대만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어 TSMC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일본이 우수한 기술인력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 삼성전자 경기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삼성전자> |
TSMC는 현재 일본 구마모토에 30조 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2곳의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는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에 4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 투자가 진행된다.
경제일보는 “장중머우는 대만이 신재생에너지 및 인력 부족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며 “과거 미국과 같이 다른 국가에 우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가 대만을 넘어 해외 국가로 반도체공장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대표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삼성전자도 대부분의 반도체공장을 한국에 두고 있는데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부족 문제가 큰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신규 투자 지역에서 충분한 수자원 확보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향후 투자 계획에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며 꾸준한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TSMC와 같이 해외 국가에 투자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독일까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투자 부담을 줄이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TSMC의 해외 투자에 대만의 경쟁력 약화 및 인재와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유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아쉬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일보는 대만이 장중머우의 조언을 따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및 인재 육성과 같은 ‘기본기’에 더욱 집중해 TSMC에 경쟁력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