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TSMC 1.4나노 반도체공장 터 확보 팔 걷어붙여, 인프라도 지원

▲ 대만 정부가 TSMC에 전력과 수자원 등 인프라 지원을 추진하며 1.4나노 파운드리 공장 부지 확보를 돕고 있다.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TSMC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정부가 TSMC의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물과 전기요금을 낮추고 공장 부지도 직접 물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TSMC가 비슷한 시기에 1.4나노 공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0일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TSMC가 타이중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게끔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필요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TSMC가 최근 신주과학단지에 1.4나노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정부 주도로 조성된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 중심지다. TSMC의 본사도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해당 지역의 사유지 일부를 수용해 TSMC의 신규 공장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결국 계획이 무산됐다.

TSMC는 대만 내 다른 지역에 1.4나노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겠다며 새 후보지를 찾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 대만 정부가 개입해 타이중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타이페이타임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만 정부가 TSMC 새 공장에 산업용수 및 전기 공급가격을 낮추고 공장 부지도 확보해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공장 후보지에 사유지가 일부 포함된다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를 정부 소유로 수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페이타임스는 TSMC 역시 신주과학단지와 타이중시를 모두 1.4나노 반도체공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TSMC가 새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한 지 약 2주만에 정부 차원에서 활발히 개입하고 있는 이유는 1.4나노 미세공정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나노 파운드리 공정은 TSMC가 2027년 도입을 계획한 기술이다.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TSMC가 적기에 1.4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면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파운드리 수주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역시 TSMC와 비슷한 시기에 1.4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이전부터 삼성전자와 최신 미세공정 도입 시기를 두고 속도전을 벌여 왔는데 공장 건설 지연과 같은 변수는 삼성전자에 고객사 수주 물량을 빼앗길 위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인텔도 2025년부터 1.8나노급 공정으로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TSMC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시점이다.
 
대만 정부 TSMC 1.4나노 반도체공장 터 확보 팔 걷어붙여, 인프라도 지원

▲ TSMC 반도체 생산공정 안내 이미지. < TSMC >

TSMC는 지난해 기준 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업이다. 더구나 중국의 침공 등 위협에서 대만을 지키는 ‘실리콘 방패’ 역할도 겸하고 있다.

만약 TSMC의 1.4나노 반도체 생산 시점이 경쟁사들보다 늦어지면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산업의 요충지로 차지하는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져 대만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대만 정부가 TSMC 반도체공장 부지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인프라 지원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일로 파악된다.

반도체공장 특성상 대량의 전력과 수자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대만 정부에서 공급가를 낮추는 등 지원에 나선다면 TSMC도 공장 투자와 가동에 들이는 자본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타이중시 측은 현재 예비 전력과 수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루쇼우옌 타이중 시장은 “TSMC가 추가 공장을 설립한다면 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전력 사용 비중은 기존 15%에서 38%까지 높아지고 전체 수자원의 약 9%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중시는 최근 대만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뭄 문제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는 타이중에 TSMC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려는 정부 계획에 타이중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투자 계획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이미 타이중에 기존 반도체공장을 증설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시정부 측의 반대로 장기간 투자 승인이 지연되는 사례를 겪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