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대표가 이끄는 한국 최초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금융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처한 것이다.
보고펀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실트론 상장추진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투자금을 날렸다며 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 디폴트 사태
보고펀드는 25일 LG실트론 인수금융 2250억 원에 대한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고 25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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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단은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금융에 대한 채권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채권단은 보고펀드가 이자를 갚지 못함에 따라 LG실트론 인수금융을 디폴트 처리했다. 또 담보로 잡은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에 대한 처분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 특수목적법인(SPC)이 부도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보고펀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 대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으로 비씨카드와 동양생명 인수로 주목을 받았다.
보고펀드는 2007년 말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우리은행 등 10개 금융사에서 3년 만기로 2250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LG실트론이 태양광사업 실패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자 보고펀드의 운용수익도 적자가 됐다.
LG실트론은 LG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로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전문 생산업체다. LG그룹은 이 회사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주력사업이던 태양광 웨이퍼 사업이 중국의 중저가제품에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LG실트론은 2분기 1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변영호 대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LG실트론 투자와 관련해 LG도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 “구본무가 상장 막았다” VS “무리한 투자다”
보고펀드는 25일 구본무 LG회장과 LG실트론 최대주주인 LG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투자손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는 소장에서 2011년 7월 구회장이 LG실트론 상장추진을 중단하라고 지시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보고펀드는 LG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추진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사파이어 웨이퍼사업 투자도 문제삼았다. LG실트론이 2011년부터 발광다이오드(LED)용 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사업에 1140억 원을 투자했는데 2년 동안 매출을 36억 원밖에 올리지 못해 결국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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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이에 대해 LG그룹은 "보고펀드가 LG와 사전협의 없이 지분을 인수한 뒤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도 과도하게 투자했다"며 "이를 LG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는 물론 사모펀드 투자 원칙에도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LG그룹은 또 보고펀드가 펀드를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을 LG그룹에 전가하려 한다고 맞섰다. LG그룹은 오히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지분을 현재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높게 매입해 달라며 LG경영진의 배임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은 경영진에 대한 배임강요 및 명예훼손 혐의로 보고펀드에 법적 대응할 뜻을 밝혔다.
LG그룹은 특히 구본무 회장이 LG실트론 기업공개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보고펀드 주장에 대해 "2011년 당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LG실트론 경영진이 상장연기를 제안했다"면서 "1대 주주인 LG그룹은 이런 제안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