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미포조선이 조선업종 실적 반등 국면에서 사실상 홀로 영업적자 신세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저가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면서 실적악화가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지만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 만큼 김형관 대표이사 사장은 공정 개선에 주력하며 고부가 선박 건조를 늘려 수익성 개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 조선업 실적 반등서 홀로 소외, 김형관 공정 개선 ‘절치부심’

▲ 김형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시절인 2022년 10월1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에도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의 3분기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는 매출 1조187억 원, 영업손실 75억 원이다.  

가장 최근 실적 추정치를 수정한 메리츠증권은 현대미포조선의 3분기 영업손실을 247억 원으로 전망했다.

앞서 현대미포조선은 2분기에도 영업손실 525억 원을 내며 HD현대그룹 내 조선사들 가운데 홀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HD현대 계열사들은 3분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현대미포조선만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셈이다. 

국내 경쟁사들도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대형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가운데 첫 번째로 분기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지속해서 흑자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주인 없는 기간이 길었던 한화오션은 실적 개선 속도가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더뎠지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한화오션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15억 원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주요 그룹 소속 조선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유독 더딘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것은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물량이 현재도 매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은 수주 시점과 매출 인식 시점 사이 간격이 큰 편이다. 과거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을 수주했다면 현재 시점에 고가 선박으로 일감을 쌓고 있다 하더라도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해 올해 인도하는 선박 가운데는 낮은 선가의 소형(3천 TEU 미만) 컨테이너선이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흐름이 HD현대그룹 내 조선계열사나 경쟁사들과 엇갈리는 것은 취급 선종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다른 조선사들이 대개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는 달리 중소형 선박을 다루고 있다. 선종별로 업황 흐름에 차이가 있는 만큼 현대미포조선이 대형 선박을 만드는 조선사와는 실적 흐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에는 수주잔고를 주력 선종과 고가 선종 위주로 채워 놓은 터라 향후 실적 전망은 밝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실적을 보면 올해 1~8월 누적 수주한 57척 가운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이 37척으로 가장 많다.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이 9척으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운반선은 현대미포조선의 기존 주력 선종으로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고가 일감인 데다 주력 선종을 다수 확보한 만큼 반복 건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김형관 사장은 고부가가치 일감을 확보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것과 더불어 차질 없이 건조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하는 데도 각별히 힘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미포조선 조선업 실적 반등서 홀로 소외, 김형관 공정 개선 ‘절치부심’

▲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선. < HD현대 >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상반기 인력난에 따른 생산차질 영향으로 공정이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미포조선 측은 2분기 액화석유가스운반선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과 건조공간(슬롯) 조정 비용이 200억 원가량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건비 관련 외주 비용과 물류, 임대료 등도 200억 원가량 발생했다. 

이에 김형관 사장은 인력 수급에 역량을 집중하며 조업 정상화에 힘써왔다. 생산직군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한편 HD현대그룹의 사내 협력사의 경력 직원을 현장 인력으로 채용하며 인력 보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그룹 내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측은 7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부터 공정 지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인력보강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공정지연 만회를 위해 가장 많은 고용이 이뤄진 그룹 내 사업체가 현대미포조선”이라며 “공정지연이 변동비 확대에 영향을 줬지만 하반기 작업량 증가에 따라 실적개선(턴어라운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2024~2025년 석유화학제품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운반선 등 상대적으로 높은 선가의 선종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며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주가 지속해서 확인되면서 연내 수주 목표 달성도 낙관적”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