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3-10-05 15: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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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위축되고 있는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 매출 포기'라는 승부수를 던져 귀추가 주목된다.
빗썸의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받지 않고 고객 수를 늘려 가상화폐 시장 회복기에 더 큰 결실을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거래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받지 않는 승부수를 던졌다. <연합뉴스>
5일 빗썸에 따르면 가상화폐 플랫폼 빗썸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모든 가상화폐에 관한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했다. 추후 공지하기 전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간다.
빗썸이 내부에서 목표로 삼은 시장점유율에 도달해야 무료 정책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의 매출이 거래 수수료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수수료 무료 정책은 사실상 매출을 포기한 셈이 된다.
빗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수수료 무료화는 낮아진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며 “유동성이 중요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빗썸은 최근 일부 거래 지원 가상화폐의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빗썸에 따르면 이벤트를 시작하기 전 10% 초반에 머무르던 점유율이 17%까지 상승했다. 빗썸 이용 고객 1인마다 평균 사용시간과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 수도 이벤트를 시작한 뒤 각각 20%, 10% 증가했다. 일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한 것만으로도 큰 고객 모집 효과를 본 셈이다.
빗썸은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당시 시장점유율이 약 75%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2020년부터 빗썸과 대등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오히려 빗썸을 앞질러 1위 가상화폐 거래소가 됐다. 최근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함께 가상화폐 시장에 한파가 불어오자 올해 실적에서도 타격을 받고 있다.
빗썸은 올해 2분기 거래량이 줄며 영업손실 34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 대표는 거래량 위축으로 실적이 하락하자 빗썸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을 실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올해까지 이어질 가상화폐 겨울을 견디면 2024년부터는 봄이 올 것으로 바라본다.
▲ 빗썸이 거래지원하는 모든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무료화를 발표했다. 고객 수 확보를 위한 대책이다. 사진은 빗썸 거래소 앞. <연합뉴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7월 890만 개에서 8월 960만 개로 상승한 것을 두고 향후 미국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까지 약 16%로 예상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30%로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추가 긴축을 할지 아니면 금리를 유지할지는 추가 경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활발하게 나온다면 미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 투자 심리는 계속 얼어붙게 된다.
올해까지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빗썸이 매출 포기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2024년에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을 결정하는 데다 4월에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찾아온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상승 모멘텀이 발생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빗썸은 올해 겨울을 견디며 고객 수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봄이 찾아올 내년부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빗썸의 이번 수수료 무료 정책은 가상화폐 겨울을 지내며 시장점유율 하락을 지켜보느니 고육책을 통해 충분한 고객 수를 확보한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