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레이 EV '경형 전기차' 재도전, '1천만 원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 레이 EV는 강력한 가격경쟁력과 높은 공간활용도를 앞세워 브랜드 전기차 판매 확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9월 출시되는 기아 레이 EV. <기아>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9월 레이 EV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는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크게 꺾였는데 1천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과 높은 공간활용도를 앞세운 레이 EV가 판매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 내연기관 모델은 올해 국내에서 역대 최다판매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아는 전기차 모델에도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3일 기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7월 레이는 2만9399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연간 판매량 5만 대를 넘어설 수 있는 추세다. 지난해 레이는 4만4566대 판매해 역대 최다 판매실적 새로 썼는데 이를 다시 경신할 기세다.

2011년 말 처음 출시된 레이는 단 두 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만을 거친 채 1세대 모델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모델이 5~6년을 주기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것을 고려하면 출시 13년차를 맞은 레이는 거침없는 노익장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레이가 최근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큰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우수한 공간활용성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레이는 실내공간에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와 전고(차 높이)가 차급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의 휠베이스는 2520mm로 동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캐스퍼보다 120mm나 길고 전고(차 높이)는 1700mm로 중형 SUV 쏘렌토와 같다.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공간 때문에 기아는 지난해 2월 출시한 레이 1인승 밴 모델을 놓고 "앞으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를 몰아 기아는 24일부터 레이 EV의 사전계약을 시작해 9월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새로 출시되는 레이 EV는 기존 레이 가솔린 모델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는 데다 그동안 국내에는 경형 전기차가 없었던 만큼 상당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 EV는 사실 11년 만의 재도전이다.

기아는 2012년 구형 레이 EV를 국내에 출시한 적이 있지만 91km 수준에 그친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잦은 고장으로 2018년 단종했다. 이에 경형 전기차는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신형 레이 EV는 탑재 배터리 용량을 기존 16kWh(킬로와트시)에서 35.2kWh로 키워 도심 233km, 복합 205km의 준수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여전히 400km를 넘나드는 기아의 여타 전기차 라인업과 비교하면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레이 EV는 '시내 주행 특화 도심 엔트리(진입) 전기차'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장거리 주행이 적은 도시의 전기차 수요를 노린다.

레이 EV는 정체구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오토홀드(정지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을 멈춰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레이 EV의 구동모터는 최고출력 64.3kW(약 87마력)과 최대토크 147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낸다. 레이 가솔린 모델보다 최고출력은 15%, 최대토크는 55% 높아져 주행 및 가속성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신형 레이 EV의 가격이다.
 
기아 레이 EV '경형 전기차' 재도전, '1천만 원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 레이 EV 실내. <기아>

신형 레이 EV는 중국 CATL의 35.4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달고 4인승 승용 모델 기준 트림별로 라이트 2775만 원, 에어 2955만 원에 판매된다. 소형 전기 SUV '니로 EV'보다 2천만 원 이상 싼 가격이다. 11년 전 출시된 구형 레이 EV 판매가격은 3500만 원이었다.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일부 초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최초로 1천만 원 대에 살수 있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 EV는 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 확대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승용 전기차 2만309대를 판매했는데 2022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전기차 3만4046대를 팔아 2021년보다 판매량이 86.3% 증가했던 것을 고려하면 판매 증가율이 크게 꺾인 것이다.

특히 올해 기아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에 6월 판매를 시작한 EV9 2585대가 추가됐음을 고려하면 부진한 판매 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레이 전기차 모델 출시로 다시 한번 기세를 올리려 하고 있다.

기아는 레이 EV 출시로 소형 SUV 니로EV, 준중형 SUV EV6, 대형 SUV EV9에 이어 경차까지 아우르는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기아 관계자는 "레이 EV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기반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도심 엔트리(진입) 전기차(EV)로서 전동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