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애플 지분투자 경쟁하나, '반도체의 스위스' ARM 변곡점 맞아

▲ 삼성전자와 애플,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와 IT기업이 ARM 상장에 맞춰 지분 투자 경쟁을 벌이며 협력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 ARM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TSMC, 애플과 인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및 빅테크 기업이 ARM 상장에 맞춰 경쟁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RM이 여러 고객사 및 협력사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해 중립적 위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23일 “ARM 고객사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줄다리기’ 대결을 앞두고 있다”며 “ARM이 시험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RM은 9월 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해 온 노력이 마침내 결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의 기업가치를 최대 700억 달러(약 94조 원)로 인정받아 유리한 조건으로 상장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위해 ARM의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에 해당하는 글로벌 대형 반도체기업 및 빅테크업체를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기업이 상장 초반부터 지분을 매수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다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데 힘이 실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 애플과 인텔,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 지주사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10개 안팎의 기업이 지분 투자에 뛰어들 유력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 기업이 ARM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동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지분 매수를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와 IT시장에서 중립적 위치를 고수하던 ARM이 특정 고객사와 협업을 확대하려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꼽히기 때문이다.

ARM은 위에 언급한 여러 글로벌 기업과 모두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이 해당 업체들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ARM과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핵심 기술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개발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등 제품에도 ARM 기술이 필수로 쓰인다.

ARM은 특정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한다면 다른 고객사와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동안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원칙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소프트뱅크가 목표로 삼은 ARM의 기업가치가 현실적으로 무리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유리한 조건에서 상장을 이뤄내기 위해 조력자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TSMC·애플 지분투자 경쟁하나, '반도체의 스위스' ARM 변곡점 맞아

▲ 삼성전자 자체 개발 프로세서 '엑시노스2200' 이미지. <삼성전자>

만약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은 고객사가 대량으로 ARM 지분을 매수한다면 외부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해 기업가치 프리미엄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RM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하는 것은 현재 심각한 자금난으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ARM이 장기간 고수하던 중립 원칙을 깨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고객사와 기술 협력을 더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 지분 약 10%를 주요 협력사에 매각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이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협력사로 자리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ARM에 투자를 고려하게 될 공산이 크다.

로이터는 “반도체업계의 ‘스위스’로 불리던 ARM의 중립적 위치가 중요한 변곡점에 놓이게 됐다고 바라봤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원가 절감을 위해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로이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오랜 친분 관계도 삼성전자가 ARM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려 할 만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애플과 TSMC, 인텔 등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도 비슷한 입장이라 ARM과 협업 확대 기회를 노릴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로이터는 “위에 언급된 기업의 ARM 투자 참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일부 기업이 소프트뱅크에서 추정하는 ARM의 높은 기업가치에 부정적 시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