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대표적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데다 대법원 운영과 관련해 전임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던 만큼 향후 사법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 부장판사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 후보자 지명 이유에 관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 온 신망 있는 법관”이라며 “주요 법원 기관장을 거쳐 행정 능력도 검증됐으며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여 편의 논문과 판례 평석을 발표하는 등 실무 능력과 법 이론을 겸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부산 중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16기로 판사에 임용됐다.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 지냈으며 서울남부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법원장을 지냈다. 다만 대법관으로 활동한 경력은 없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연수하는 등 일본 법제에 관한 지식도 해박해 ‘일본통’으로 꼽히기도 한다.
주요 판결로는 2016년 한의사도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2019년에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2021년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 유출 혐의를 받은 부장판사 세명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는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동안 이뤄진 사법행정을 전반적으로 바꾸려는 뜻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당시 임정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수리와 관련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 대법원장을 겨냥해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 정치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취임사와 관련해 질문을 받자 “법원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더 나은 법원이 되리라 기대하면서 살았다”며 “법원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외려 후세에 더 나빠진 법원을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1년 후배다. 윤 대통령 절친으로 알려진 문강배 변호사를 매개로 윤 대통령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와 문 변호사는 서울대 79학번·사법연수원 동기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이 후보자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 표결이라는 문턱을 넘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 임명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