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사업 축소까지 불사할 태세다.

항공화물 사업은 코로나19라는 시련에도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게 한 효자사업이었지만 이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팬데믹 효자' 항공화물도 축소하나,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합병 올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항공화물 사업까지 축소까지 불세할 테세다. 항공사의 핵심자산인 항공기의 양도 논의가 오고 간 것을 두고 '제 살 깎아 먹기'란 비판이 나온다.


14일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한한공으로부터의 화물사업 진출 제안이 있었다”며 “논의들이 오고갔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화물기 인도 및 정비 지원 등 화물사업의 일부를 양도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이 제안한 양도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통합 이후 유럽·북미 노선의 화물사업 독과점을 해소하는 수준의 양도가 이뤄진다면 국내 항공화물 사업에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국제선 화물사업의 점유율은 대한항공이 43.3%, 아시아나항공이 20.7%로 합계 점유율은 64.0%에 이른다.

특히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한 미국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항공화물 점유율 합계는 73.4%(지난해 말 기준)다. 독과점 해소를 위해서 타 지역 노선보다 더 많은 양도가 필요한 셈이다. 

일단 두 항공사의 화물기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B747F 4기 △B747-8F 7기 △B777F 12기 등 화물기 2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B767F 1대 △B747F 10대 등이다.

물론 티웨이항공이 한국~미국 노선에서 항공화물 경쟁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화물기를 양도받는 것 이외에도 장거리 노선 영업 노하우 확보, 새로운 화물기를 위한 정비체계 도입 등도 이뤄져야 한다. 

항공사의 핵심자산인 항공기를 양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항공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조 회장에게 적절한 명분이 되어줄 수 있다.  

항공화물 운임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고점을 찍은 뒤 현재 내리막길에 있다. 벨리카고를 활용한 항공화물 공급이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로 항공화물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화물 1톤을 1km 운송하는 평균운임(Yield)은 2019년 342원이었다가 2022년 803원으로 치솟았다. 증권업계의 2분기 평균운임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2분기 약 468원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화물 운임은 올해 하반기 반등이 예상됐으나 최근 공급이 늘어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국적 항공사의 미국~중국 노선 회복이 점쳐지고 있어 리오프닝 직후보다 화물 공급이 더 가파르게 올라올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며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 전통적 성수기 효과를 기대했던 화물 시황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화물 경기가 호황에 들어설 수 있지만 조 회장으로서는 일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많은 것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팬데믹 효자' 항공화물도 축소하나,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합병 올인

▲  조원태 회장은 항공화물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조 회장이 2022년 7월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어라인 스트레티지 어워즈' 시상식에서 '2022 올해의 항공화물 리더십'상을 수상한 모습. <대한항공>

특히 조 회장은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우호세력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산업은행도 이미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진칼에 수천억 원을 투입한만큼 수년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지어야한다.

각자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수합병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심사에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유럽 현지에서는 통합 항공사가 일부 노선에서 독과점을 일으킨다며 인수합병을 불허하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 항공사의 화물사업부를 일부 떼내어 ‘화물전용기 항공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화물사업과 관련한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화물 사업은 조 회장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확실히 입증한 계기가 된 사업인 데다 대한항공이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조 회장은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에 확산에 따라 운항이 중단된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수송하자는 한 임원의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겼다.

대한항공은 이후 여객기 천장 수하물 칸, 기내 좌석 공간 등을 화물운반에 활용한데 이어 2020년 9월부터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항공화물 공급을 더욱 늘려나갔다.

항공전문매체 에어트랜스포트월드(ATW)는 올해 2월 조 회장을 ‘2023년의 항공업계 글로벌리더로 선정하면서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탁월한 발상의 전환과 기민한 판단력으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