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만은 21세기 오펜하이머? 핵무기 비견되는 AI 규제 방안은

▲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을 앞두고 핵무기와 인공지능 기술의 파괴력을 비교한 견해들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사진은 6월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열린 대담회에 참석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우측)와 영화 오펜하이머의 포스터. <연합뉴스, 유니버설픽쳐스>

[비즈니스포스트] 영화 ‘오펜하이머’가 한국 개봉을 앞둔 가운데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핵무기에 비견되는 파괴력을 지닌 기술로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놀란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통제를 요구하는 면에서 유사점을 가진다고 전했다. 

놀란 감독의 발언은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키며 ‘21세기의 오펜하이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샘 알트만은 핵무기 개발 초기의 오펜하이머와 달리 인공지능 규제에 찬성하고 있어 그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6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공지능 기술이 잘못 쓰였을 때 핵무기와 같이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놀란 감독은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챗GPT와 같은 첨단 인공지능은 커다란 사업 기회를 만들면서도 사회를 파괴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벌이는 회사 경영진이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부작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지만 핵무기가 전쟁에서 실제 쓰이는 것을 목격한 뒤에는 핵무기 반대론자가 됐다. 

놀란 감독의 주장은 인공지능 또한 도입 초기 목적과 달리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핵무기를 교훈 삼아 기술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 규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놀란 감독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창업자들 역시 기술 규제에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엔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뿐 아니라 오픈AI로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킨 샘 알트만도 있다. 

샘 알트만은 5월16일 미국 상원 개인정보기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인공지능 기술은 세상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그렇게 되기 전에 정부와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인공지능이 가진 잠재적 영향력과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샘 알트만은 챗GPT 출시 전인 2019년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개발 과정을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한 적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샘 알트만은 핵무기가 기술 진보를 상징한다며 인공지능과 동일 선상에 두었다. 

이후 챗GPT가 세상에 나오고 인공지능 기술의 부작용을 드러내자 샘 알트만은 규제론에 찬성 의견을 표하기 시작했다.  

미국 잡지 노에마(Noema)는 7월28일 “샘 알트만은 핵무기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비견되는 인물”이라며 “샘 알트만이 최근 과학적 책임감을 가지고 인공지능 기술을 제어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샘 알트만은 21세기 오펜하이머? 핵무기 비견되는 AI 규제 방안은

▲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주도로 인공지능 규제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은 7월21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규제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모습. 다른 인물은 맨 우측부터 무스타파 슐레이만 인플렉션 AI CEO, 닉 클레그 메타 글로벌 부문 대표,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공동창업자, 아담 셀립스키 아마존 웹서비스(AWS) CEO. <연합뉴스>

현재 인공지능 규제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6월14일 본회의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성을 규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이사회 등과 법안 시행 전 최종 절차인 3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연말에 법안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법안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인간의 감정 인식 △실시간 생체 정보 스캔 △사회적 점수 매기기(Social Scoring) 기능을 제한할 것으로 파악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자의적으로 분류해 교육이나 채용 절차에서 특정인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게끔 막는다는 취지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아누 브래드포드는 블룸버그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감시와 사찰에 쓰이면 매우 강력한 부작용을 낼 수 있으므로 유럽연합 법안은 이를 제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또한 인공지능 규제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 기업들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콘텐츠에 작은 이미지나 문구(워터마크)를 삽입해서 사람의 창작물과 구분한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했다.

언어생성형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것 마냥 답하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을 보이면서 부작용이 커지자 이를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은 정부 주도로 개발된 핵무기와 달리 민간 기업 다수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규제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물리적 실체를 갖춘 핵무기와 달리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형식으로 작동하므로 검증이 어렵다는 난점도 존재한다. 

결국 샘 알트만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기술 규제에 앞장서야 한다는 시선이 힘을 얻는다.  

‘21세기 오펜하이머’ 샘 알트만이 인공지능 기술의 대명사가 된 챗GPT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