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소송 판결 불복은 한국정부 자책골? 포브스 '스트라이샌드 효과' 지적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한국 정부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이에서 벌어진 법정공방이 결국 한국의 국가 이미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국제중재재판 판결에 불복하면서 맞대응에 나선 일은 정경유착과 같은 문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한국 정부 사이에서 이어지는 소송전이 ‘스트라이샌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특정한 정보를 감추려고 시도하다 오히려 이를 더 널리 알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 사이 정경유착 등 문제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포브스에 기고한 논평에서 삼성을 감싸려던 한국 정부의 시도가 결국 이러한 리스크를 안게 됐다며 한국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 정부가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소에서 내놓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일부 승소 판결에 불복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스트라이샌드 효과 발생 가능성을 키우는 리스크로 꼽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결국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 합병이 이뤄져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중재판정소는 최근 한국 정부가 약 1300억 원을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법무부는 이에 반발하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윌리엄 페섹은 한국 정부가 자존심과 고집을 꺾지 않고 판결에 불복하면서 한국이 아직 선진국에 포함될 수 없다는 일부의 시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한국 편입이 불발된 뒤 며칠만에 한국 정부가 이러한 대응에 나서면서 국가 이미지를 더 해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태도와 오래 전부터 이어지던 정경유착 문제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재벌기업을 비롯한 여러 상장사 주가와 한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외국 증시보다 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윌리엄 페섹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이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소송 결과에 불복한 일이 한국 정부의 ‘자책골’이라는 날카로운 비판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다면 이와 같은 과거의 문제와 작별하고 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한국 정부가 정경유착 해소를 비롯한 개혁에 속도를 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윌리엄 페섹은 한국 경제가 전성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소송에 불복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민감한 시기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