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1조 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알리면서 HMM의 매각 가격은 더욱 오르게 됐다. HMM의 향후 사업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 해운 경쟁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HMM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보유한 1조 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매각가격이 더욱 상승하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눈높이가 더욱 높아졌다.
24일 HMM이 탄소집약도지수 예비 판정 결과를 공개한 것은 매물로서의 HMM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탄소집약도지수는 국제해사기구가 올해부터 시행한 규제이다.
2023년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선박마다 탄소 배출량 등급을 2024년 부여해 향후 낮은 등급을 받은 선박에 대해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고 운항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이다.
HMM은 한국선급(KR)의 탄소집약도지수 예측 모델에 사선(해운사가 직접 소유한 선박) 67척의 검증을 의뢰했다. 그 결과 67척 가운데 66척이 A~D등급으로 판정됐다.
해당 판정이 2024년 부여될 실제 등급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김 사장으로서는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특히 향후 등급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A·B 등급의 비중이 69%에 이르는 HMM이 경쟁 해운사에 친환경 측면에서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전체 선박 가운데 A·B등급의 비중이 3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HM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탄소집약도지수 검증 의뢰는 탄소집약도지수 도입 이전 중간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비판정은 해운업계의 친환경 규제 시행에도 HMM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물론 HMM의 친환경 해운 경쟁력은 이미 해운업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해운분석기관 제네타는 동아시아~미주서안 항로 운항사 가운데 HMM을 2개 분기 연속으로 탄소배출지수 최우수선사로 선정했다.
해운사 17곳과 화주 60여 곳이 참여한 협의체 ‘클린 카고’의 집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아시아~유럽 항로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컨테이너 해운사이기도 하다.
앞서 김 사장은 2022년 7월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에서 친환경 해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김 사장은 LNG선 및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연료 개발을 위해 대체연료 관련 협의체 구성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 신조에 3조7천 억 원, 친환경 설비에 1600억 원, 친환경 연료 연구개발 투자 및 연료 공급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 등에 5조 원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 사장의 투자계획은 올해 들어 점점 구체화된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컨테이너 부문은 친환경 선대 확보,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HMM은 차세대 선박 연료로 꼽히고 있는 바이오선박유,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두번째),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2023년 2울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컨테이너선 건조계약 및 친환경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HMM >
글로벌 해운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메탄올 추진 선박은 올해 초 발주를 마쳤다. 총 계약 규모는 1조4128억 원으로 해당 선박들은 2025년에 4척, 2026년에 5척이 각각 인도된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LNG의 뒤를 이을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는다.
연료로 쓰일 메탄올 및 암모니아의 확보를 위해 올해 4월 롯데정밀화학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도 했다. HMM이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해상운송을 담당하면서 향후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 시 연료 공급선까지 미리 확보하게 됐다.
아직 실증단계인 바이오선박유 개발에는 민·관합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바이오선박유 사용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는 HMM도 참여하고 있다.
HMM은 올해 4월 GS칼텍스와 맺은 협약에 따라 컨테이너선 3척을 동원해 바이오선박유 실증에 나선다. 바이오선박유의 품질과 안정성·내구성을 점검해 바이오선박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선박유는 폐식용유 등을 원료료 한 ‘바이오디젤’과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어 생산한 연료이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의 엔진을 활용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HMM 경영권 매각의 관건은 높아진 매각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단순 지분가치로만 따진 매각 가격만해도 6조 원이 훌쩍 넘어간다.
김 사장은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 TEU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친환경 해운 경쟁력을 강조함으로서 HMM의 가치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4일 HMM의 선복량은 79만TEU로 현재 전세계 해운선사 가운데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선복량 1위 MSC의 516만TEU, 앞 순위인 7위 ONE의 164만TEU와 HMM의 선복량은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친환경 규제 도입으로 글로벌 해운사의 탄소 배출량 감축은 필수가 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회원국들은 올해 7월 런던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 2050년까지 해운분야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2008년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0%~30%, 2050년까지 70~80%만큼 줄여야 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