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재건협력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와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택건설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1200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들뜨는 건설업계, 과거 이라크 리비아 특수 어땠나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다만 과거 이라크, 리비아 등의 전후 복구사업 사례에 비춰보면 실질적 사업참여 시점, 자금조달 문제와 사업환경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의 성과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재건협력을 위한 3국 정부의 ‘3각 협력체계’가 구축됐다”며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안전한 우크라이나 입출국과 현지활동 등을 전방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증액과 집행절차 간소화, 정부와 기업 경제사절단 파견 등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도 언급하며 힘을 실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건축, 토목, 플랜트 등 각종 도시 인프라 복원을 비롯해 약 1200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추산되는 시장이다. IBK투자증권은 17일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 가운데 5.5%(66조 원)가량의 일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은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에서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 확장공사에 관한 협약을 맺으며 한국기업의 재건사업 진출 물꼬를 텄다.

한국 정부와 건설업계는 앞서 2010년대 초반에도 이라크와 리비아 등에서 대형 재건사업 수주에 나섰다. 덕분에 해외건설 수주액이 연간 600억 달러(약 75조6600억 원) 수준을 지속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1년 591억 달러, 2012년 648억 달러, 2013년 652억 달러, 2014년 660억 달러를 보였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 달러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해외건설 호황기로 볼 수 있다.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텃밭인 중동시장이 수주실적의 절반가량을 책임졌다. 실제 미국이 이라크전쟁 종전을 공식화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건설사들은 이라크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재건사업 수주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한화건설은 2011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약 101억 달러(약 12조7361억 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건설업종 후방산업인 건설기계시장도 수혜를 봤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종전 뒤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이라크 굴삭기 수출액이 한 해 평균 533만 달러로 기존 평균치보다 4.5배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해외 재건사업은 변수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일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불안정한 정세가 이어질 수 있고 우크라이나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할 때 국제적 지원정책이 나와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은 2003년부터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에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왔다. 2003년 미국과 영국 합동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해 종전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재건사업 참여 추진에도 적극 나섰다.

한국은 2003년 5월 주이라크 대사관을 다시 열고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그 뒤 2005년과 2006년 한국-이라크 외교장관회의, 2007년에는 서울에서 경제공동위를 열고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경제협력 관계를 다졌다.

또 건설교통부는 민관 합동시장조사단을 파견하고 최종찬 건교부 장관이 중동 방문외교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수주활동을 지원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삼부토건, 범양건영, 삼환기업, 경남기업 등이 건설사들도 현지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수주전에 나섰다.

이런 민관 협력의 성과로 2004년 현대건설이 첫 성과를 냈다. 현대건설은 한국 정부의 적극 지원을 등에 업고 2004년 3월 이라크 전역의 댐 관개시설과 북비지역 송배전 복구공사 2억2천만 달러(약 2773억 원) 규모를 따냈다.

그러나 그 뒤 대규모 추가 수주 소식은 뜸했다. 그리고 이라크를 중심으로 종파 갈등 등에 따른 내부 사회 불안이 지속되면서 추가 수주활동이 쉽지 않았다.

2008년에야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을 공동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이 이라크 북구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약 107억 달러(약 10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재건사업에 참여했다. 이는 당시 한국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계약으로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금융조달에 실패해 2008년 10월 무산됐다. 한국 컨소시엄은 쿠르드 자치정부와 금융주선을 전제로 한 조건부 협약을 맺었는데 1단계 사업을 위한 19억 달러(약 2조3949억 원) 금융조달을 이뤄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들뜨는 건설업계, 과거 이라크 리비아 특수 어땠나

▲ 최광호 전 한화건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와 임직원들이 2018년 말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오른쪽 첫번째)를 만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과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한화건설>


앞서 언급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도 한화건설이 공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계약해지를 통지하는 상황까지 갔다. 

리비아 재건사업도 마찬가지다. 리비아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 한국 건설사들이 발주 프로젝트의 3분의 1 정도를 수주했던 곳으로 재건사업 수혜 기대도 컸다.

당시 한국 정부는 리비아 정부와 협력관계를 위한 외교활동에 힘을 싣고 민관합동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국토해양부도 간담회 등을 열면서 재건사업 지원과 참여방안 논의에 나섰다.

이에 당시 한국공항공사와 한화무역 등이 참여한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2012년 리비아 공항재건사업을 수주했다. STX그룹이 리비아 북부 토브루크주와 발전, 철강 등 각종 플랜트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리비아에 내전이 다시 발생하면서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됐다. 리비아는 최근에야 정세가 안정되면서 국가 재건사업 프로젝트 발주가 재개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새로운 기회창출 측면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업 발주나 자금조달을 비롯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며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 검토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