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가파른 성장세 속에서도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함께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북미 시장의 본격 개화가 더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과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북미 시장 선점효과가 본격화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잠정 집계한 2분기 실적을 놓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가파른 이익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애초 기대보다는 상승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하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7735억 원, 영업이익 6116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212.7%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잠정 영업이익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1109억 원이 포함된 것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5007억 원이다.
물론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956억 원)보다 3배 넘는 상승률을 보인 만큼 이익 상승세 자체는 매우 가파른 편이다.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하지 않아도 대략 2.5배의 늘어난 셈이다.
다만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이 6882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6332억 원)와 비교해 봐도 소폭 후퇴한 실적이다.
유럽과 북미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든 점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조달의 어려움과 신규 전기차 출시 지연으로 폭스바겐과 르노, 볼보 등 유럽 고객사들의 생산량이 줄어 들면서 배터 출하량도 답보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쪽의 출하량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북미에서도 2분기 영업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북미 주력 고객사인 GM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데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해 설립한 얼티엄셀즈 공장 가동률도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GM에서 발생한 물류 차질도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출하 속도를 조절하게 된 원인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생산시설인 얼티엄셀즈의 출하량 감소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도 기대치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북미의 출하량 감소와 더불어 제품과 원재료 가격 변동도 LG에너지솔루션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셀 가격은 하락한 반면 원재료는 과거 비쌀 때 매입했던 분량이 현재 시점에서 비용으로 반영되며 이익 규모와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은 최근 낮아졌던 눈높이에서도 최하단 수준”이라며 “2분기 세액공제 혜택도 1분기(1003억 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2개월 전 기대치(약 2천억 원)를 크게 하회했다”고 평가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유럽 주력 고객사의 감산 영향이 지속되고 제품 판매가 하락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부문의 수익성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배터리시장의 경쟁환경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한동안 부동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중국 CATL이 시장 점유율에서 거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1~5월 판매된 글로벌(중국시장 제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약 111.6GWh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27.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 자리를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CATL은 점유율 27.3%로 LG에너지솔루션을 불과 0.1%포인트 차이로 뒤쫓고 있다.
CATL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하기 일보직전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해도 안주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5월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전년 동기 대비 52.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중국 CATL과 BYD는 각각 104.5%, 540.5%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북미 시장의 본격적 개화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영수 부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선제적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북미지역을 선도하는 배터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북미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북미는 유럽, 중국과 함께 가장 큰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으로 꼽히는데 전기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북미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사이 거리가 멀다는 지역 특성상 픽업트럭과 SUV 등 큰 차체의 차량 선호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전기차 1대에 쓰이는 배터리 용량이 더 클 수밖에 없고 2차전지 셀 제조사가 차량 1대 판매에서 얻는 매출이나 이익 수준도 더 높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미시간에 연산 20GWh 규모 단독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GM과 합작공장(연산 45GWh)을 운영하며 이미 연간 65GWh 생산능력을 갖췄다.
올해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을 추가로 가동하는 데 이어 2024년 캐나다에 짓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연산 45GWh), 2025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연산 43GWh), 오하이오의 혼다와 합작공장(연산 40GWh), 미시간의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 등을 가동할 계획을 세운 만큼 2025년 기준으로 연산 300GWh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배터리공장 모습. < LG에너지솔루션 >
특히 북미 시장은 미국정부의 중국기업 견제가 작동하는 곳이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다른 지역보다 수월한 경쟁환경에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중국기업들이 현지 기업과 공동지분 투자를 비롯한 우회 방식으로 북미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기업을 능가할 생산능력을 확보해 북미시장을 놓고 경쟁하기에는 제약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도 가시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받는 세액공제 혜택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003억 원, 1109억 원에 이른다.
북미에서 생산거점 확보와 증설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인 만큼 앞으로 누리게 될 세제혜택 규모도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서 증설을 추진하며 가동률과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까지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런 선제적 증설추진이 북미에서 후발 경쟁주자들을 따돌리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을 통해 완성차제조사(OEM)의 전기차플랫폼 생산과 배터리합작공장 증설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며 “역으로 그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선점효과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합작법인 1기 경험을 토대로 증설 속도가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후발주자들은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북미 내 배터리 공급부족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높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경쟁사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