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돈 잔치’ 비판에서 시작된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논의가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당초 금융당국 의도대로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는 ‘메기’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다.
▲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대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2~3개월 안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적극적으로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르면 올해 안에 인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사전브리핑에서 “현재 말하기 어렵지만 빠르게 하면 올해 안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조만간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컨설팅사와도 협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으로 조달금리 인하, 기업가치 상승 등의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은행권 경쟁 촉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은행이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고 있는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과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점 등 결론을 얻게 돼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에 영향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대구은행과 시중은행의 몸집 차이가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은행 산업은 특히 자산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대표적 산업인데 단순히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이 차이가 극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하나인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을 단순 비교하면 1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 규모는 6배 넘게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이 328조4천억 원, 대구은행이 50조2천억 원이다.
5대 시중은행 다음으로 여겨지는 IBK기업은행만 해도 대출액이 279조 원 정도인데 대구은행이 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권 지역을 공략하며 대구은행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논리에도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다.
현재 대구은행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전남, 전북, 충청, 강원 등인데 일단 전남과 전북 지역은 각각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거점으로 삼고 있다.
충청권은 하나은행이 옛 충청은행 합병하면서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강원 지역은 산업 기반이 취약해 진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은행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에 정치 논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논의는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돈 잔치’ 비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융당국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을 필요가 컸던 만큼 실효성과 별개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카드를 내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결정에 금융당국의 은근한 압박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가운데 사실상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 유일한 곳으로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논의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대구은행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금산분리 규제에 저촉돼 시중은행 전환이 어렵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장 대구은행으로서도 시중은행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뚜렷하지 않다”며 “조달금리 인하 효과만 해도 신용등급이 더 큰 요소이지 시중은행 여부는 결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우선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있다”며 “영업망 확대 등 전략은 그 다음에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2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권 돈 잔치로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본격화했다.
금융위원회는 2월2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은행권 TF)’를 출범하고 4개월 가량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고 5일 그 결과물의 하나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