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RE100' 달성 어렵다, 반도체 경쟁력에 약점으로 부각

▲ 류더인 TSMC 회장이 6월6일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 회장은 이날 대만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어 TSMC의 친환경 경영 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대만의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이 낮아 삼성전자와 TSMC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친환경 경영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기조가 강해지면서 이는 삼성전자와 TSMC에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에서 제시한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달성 목표 시기인 2050년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세운 목표인 2030년보다 크게 뒤처진다.

미국 인텔과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모두 대체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도 어려워진다. TSMC의 경우 전력 사용을 통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이 대부분 위치한 한국과 대만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도 이를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사용한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8.95%로 집계됐다.

대만 경제부 산하 에너지국 또한 같은 해 대만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8%를 소폭 상회하는 정도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반도체공장을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TSMC가 다른 글로벌 사업장에서는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은 한국과 대만의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은 6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에 위치한 TSMC 공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며 “반면 대만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어 환경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했다.

닛케이아시아는 2022년에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사용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전력의 각각 22%와 41%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대만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보이는 이유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국토 면적 등 지리적 환경이 제시됐다.

대만은 섬나라, 한국은 북한으로 가로막힌 반도 국가라는 점도 다른 나라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에너지 저장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특성상 송전선을 통해 전력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육로로 송전선 연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과 대만 모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가 여의치 않다. 

닛케이아시아는 다른 국가 기업들보다 낮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삼성전자와 TSMC의 사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활용하는지는 반도체 고객사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와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5년까지 부품 협력사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10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한국과 대만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는 삼성전자와 TSMC로서는 각 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이 갈수록 큰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만 반도체 소재기업 글로벌웨이퍼스의 도리스 슈 회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웨이퍼 수요가 유럽 반도체 고객기업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가격이나 성능 말고도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중시하는 경향은 중장기적으로 계속돼 반도체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