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입지가 올해 들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율이 경쟁 완성차업체와 비교해 떨어지며 점유율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신차 투입으로 반등의 계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나EV(사진)를 올해 하반기 글로벌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4월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된 코나 일렉트릭(EV) 완전변경 모델의 글로벌 판매를 하반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나EV는 2018년 출시된 이후 올해 4월까지 28만5138대 팔리면서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출시 뒤 4월까지 누적 해외 판매는 25만8663대로 같은 기간 국내 판매의 10배가 넘는다.
기아도 올해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차인 EV9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V9은 대형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으로 기아 전기차 라인업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아도 유럽 전기차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EV9의 현지화 모델을 하반기 출시하면서 올해 현지 전기차 판매 실적을 지난해보다 30%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올해 하반기 이들 두 전기차 모델의 판매가 중요하다. 최근 해외에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신차들의 판매 흥행이 절실하다.
가뜩이나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를 대부분 국내에서 만들고 있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해택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유럽 시장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88만3천 대 전기차가 인도되며 판매량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0.3%나 늘었으나 현대차와 기아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자국 업체 중심인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16만5029대를 인도했다.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인도량과 비교해 0.7%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모두 159만8천 대로 전년 대비 3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이에 올해 1~4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0.3%로 지난해 같은 기간(13.9%)와 비교해 3.6%포인트 축소됐다.
그래도 올해 1분기까지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자리를 지켰지만 4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는 4위로 순위가 한 계단 더 내려갔다.
특히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전기차시장에서 속속 진출해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영업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례로 상하이자동차(SAIC 모터)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모두 4만7천 대의 전기차를 인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인도량이 133.0%나 급증했다.
SNE리서치는 “중국 내수가 중심인 상하이자동차 그룹은 MG브랜드인 MB-4와 MG-5, MG-ZS 모델의 유럽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 올해 현지 톱10에 안착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소형 전기 SUV 인기가 높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코나EV의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경쟁사 3열 준대형 SUV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2만 달러가량 저렴한 EV9을 미국 시장의 전략 모델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통해 미국에서 합산 13만1천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지난해 2배가 넘는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도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2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