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6-12 16: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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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자산운용이 방산에 이어 한화그룹의 대표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권희백 사장은 3월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새로 올랐는데 그룹의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를 ETF 상품으로 연결해 그룹사업의 홍보 효과를 얻는 동시에 자체 ETF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존 전략에 지속해서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 한화자산운용이 20일 국내 최초로 국내 태양광과 ESS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내놓는다. 사진은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20일 ‘ARIRANG 태양광&ESSFn’ ETF를 상장한다.
이번 상품은 국내 최초로 국내 태양광과 ESS(에너지저장장치)산업에 투자하는 ETF다. 기존에 중국 태양광산업에 투자하는 ETF는 있었으나 국내 태양광산업에 초첨을 맞춘 것은 한화자산운용이 처음이다.
ARIRANG 태양광&ESSFn ETF는 국내 태양광과 ESS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에프앤가이드의 태양광&ESS지수를 따른다.
태양광&ESS지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5월 말 기준 한화솔루션 비중이 15.71%로 가장 높고 한화(13.59%), 에코프로비엠(13.08%), OCI홀딩스(10.54%), LG에너지솔루션(9.59%), 삼성SDI(9.17%) 등이 뒤를 잇는다.
국내 태양광산업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구조적 수혜가 기대된다. ESS산업 역시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산업 확대에 따라 지속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상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화자산운용이 또 다시 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ETF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국내 태양광시장의 대표 주자로 평가된다. 2000년대 들어 태양광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이제는 글로벌 태양광산업의 선도업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20대 때인 2010년부터 10년 넘게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영역량을 인정 받는 동시에 그룹 후계자 자리를 단단히 하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수소와 차세대연료전지, 우주항공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올해 초 방산까지 한화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 출시에 힘을 줬다.
권 사장은 올해 3월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새로 올랐는데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권 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전신인 한화증권 공채 출신으로 30년 넘게 한화금융 계열사에서 일한 ‘한화맨’으로 그룹 사업을 향한 이해도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오른 뒤 최장기간 한화투자증권을 이끌다 올해 3월 한두희 전 한화자산운용과 자리를 맞바꾸며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권 사장이 기존 ETF사업 기조를 이어가는 데는 기존 전략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ETF 성장세가 가장 빠른 곳으로 평가된다.
한화자산운용 올해 초만 해도 국내 ETF시장 점유율이 7위에 그쳤으나 지금은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치열한 5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2조3450억 원 규모의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62% 늘었다. ETF 운용자산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자산운용사 가운데 같은 기간 운용자산이 50% 이상 늘어난 곳은 한화자산운용이 유일하다.
그룹의 핵심사업을 ETF 상품으로 연결하는 일은 그룹 사업의 홍보 측면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5월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방위산업 금융투자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는데 국내 ETF시장에서 유일하게 방산 관련 상품을 출시한 한화자산운용을 금융투자업계 대표로 초청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투자증권 등 계열사의 방산전문가를 초청해 K방산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며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1월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ARIRANG K방산Fn ETF’ 신규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상품 설명을 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련 ETF 출시는 계열사 주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각각 출시한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와 'ARIRANG K방산Fn'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ETF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끈다면 펀드 자금 유입 효과 등 수급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권 사장이 향후에도 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ETF사업에 활용하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태양광과 ESS산업 모두 성장성이 확실한 데다 현재 주가 부담이 적은 구간이라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유효한 분야”라며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