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올인' 조원태, 운수권과 슬롯 내놓자니 시너지 약화 고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및 한진그룹 회장이 난기류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서 정면돌파의지를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및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슬롯과 운수권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난기류에 빠지자 조 회장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인데 업계에서는 그럴 경우 통합 이후의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본다.
 
7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슬롯과 운수권을 얼마나 내놓아야 할지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 전념하고 있으며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포기해야할 것’은 슬롯과 운수권으로 여겨진다. 
 
운수권은 각 국 정부가 회담을 통해 국제선 노선의 운항 횟수를 결정한 뒤 자국항공사에게 배분하는 운항 권리이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공항을 특정 시각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 보유현황은 대외비이지만 1주일 동안의 해당 노선에서의 운항 횟수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살펴보면 독과점을 가르는 기준으로는 노선점유율(운항횟수 기준) 50%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유럽연합이 독과점을 우려한 노선은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인천공항의 올해 5월~10월 운항실적 및 운항일정을 바탕으로 각 항공사의 점유율(해당기간 1주일 최대 운항횟수 기준)을 추정했다. 

그 결과 통합 항공사의 유럽 노선별 점유율은 △인천~로마 100% △인천~바르셀로나 100% △인천~프랑크푸르트 58.3% △인천~파리 50%으로 예상됐다.

산술적으로 통합 항공사가 해당 노선 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운항 횟수를 △인천~바르셀로나 주 6회 △인천~프랑크푸르트 주 2회 △인천~로마 4회만큼 각각 줄이면 된다.  

미국에서는 더 많은 노선을 양도해야 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이 예상한 통합 항공사의 미주 노선별 점유율은 △인천~뉴욕 82% △인천~로스앤젤레스 71% △인천~시애틀76% △인천~샌프란시스코 63% △인천~하와이 72.2% 등이다.

각 노선에서 시장점유율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 포기해야 할 운항 횟수는 △인천~뉴욕 12개 △인천~로스앤젤레스 16개 △인천~시애틀 8개 △인천~샌프란시스코 4개 △인천~하와이 4개 등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화물 노선 독과점을 더 큰 문제로 본다.

두 항공사의 화물점유율(2023월 4월 기준) 합계는 미주 노선에서 78.7%(대한항공 54.1%, 아시아나 24.6%), 유럽 노선에서 80.9%(대한항공54.0%, 아시아나항공 26.8%)등이다.

특정 항공사가 핵심 전략물자의 운송을 독차지하게 될 경우 공급망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분위기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흐르고 있다. 문제는 항공화물은 화주를 상대로 한 영업활동인데다가 고도의 운송기술이 요구되기에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곧잘 넘길 수 없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기업결합을 통해 ‘메가캐리어’를 출범시키겠다는 뜻을 공식석상에서 강조해왔는데 운수권과 슬롯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따라 통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미주 및 유럽 노선이 여객매출(올해 1분기 기준)에서 기여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50%, 아시아나항공은 41%이다. 핵심 노선의 운항 횟수가 줄어든다면 매출의 감소폭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대한항공은 중국, 영국, 한국에서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에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영국 경쟁당국은 올해 3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통합 항공사가 보유하게 될 △인천~런던 노선의 슬롯 17개 가운데 슬롯 7개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올인' 조원태, 운수권과 슬롯 내놓자니 시너지 약화 고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5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 전념하고 있으며 포기해야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해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경쟁당국 역시 지난해 12월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슬롯 반납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베이징 △서울~상하이 △서울~선전 등 3개 노선에서 각각 슬롯 7개를, △부산~베이징 △서울~창사 등 2개 노선에서 각각 4개를 △서울~텐진에서 3개를 반납한다.

여기에 △서울~장가계 △서울~시안 △부산~칭다오 등 노선에서는 슬롯 보유량이 적은 회사의 슬롯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 항공업계는 중국을 오가는 노선에서 모두 슬롯 46개를 반납해야하는 것으로 본다.

국내 항공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된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통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인수합병 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당시 경영권 분쟁을 겪던 조 회장의 편에 서게 됐다. 이는 한진그룹에 대한 조 회장의 지배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합병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이 8천억 원을 한진칼에 투입했는데 이를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마중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신재희 기자